비만&다이어트
비만 잡는 ‘원시인 식단’ 논란…뭐길래?
라이프| 2011-09-26 09:16
육류와 신선한 야채를 주식으로 하는 ‘구석기 식이’가 비만, 고혈압, 당뇨 등 현대 성인병을 타계할 새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전통적인 영양학자들이 반기를 들고 나오면서 팽팽한 논란이 되고 있다.

소위 ‘원시인 식이’로 불리는 구석기 식이는 정제ㆍ가공된 탄수화물과 설탕, 유제품은 완전히 차단하고 육류와 생선, 달걀 및 신선한 과일과 야채, 견과류를 주식으로 삼는 식단이다. 한 마디로 농업 이후 문명이 발달하면서 새롭게 만들어진 모든 음식은 거부하는 것으로 미국과 유럽의 일부 학자와 피트니스 전문가들 사이에서 지지를 얻고 있다. 그중 한 사람인 미국 콜로라도 주립대학 로렌 코데인 교수는 “전 세계 수백만 명이 현재 원시인 식이를 실천하고 있다”면서 “10년 전엔 이에 대한 연구가 거의 없었으나 지난 2~3년 간 점차 힘을 얻어 왔다”고 말했다.

원시인 식단 지지자들은 인간 유전자가 수백만 년 진화한 끝에 구석기 시대 말인 1만년 전부터 본질적인 변화가 없었다는 점을 근거로 “호모사피엔스가 수렵을 통해 육식을 주식으로 삼았던 것이 뇌 기능 및 전반적 건강 상태를 증진시켜 현대 인간으로 진화하게 됐다”고 주장한다. 최근 학술지 ‘당뇨과학기술’에 실린 연구에서 원시인 식이는 당뇨환자 식이에 비해 혈당조절과 심혈관질환 위험요소를 낮추는 데 더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원시인 식이가 지중해 식이보다 칼로리 당 포만감이 더 커 비만치료에 적용될 수 있다고 스웨덴 연구진들이 학술지 ‘영양과 대사’에 발표한 바 있다.


특히 원시인 식단은 몸을 만들고 장수를 원하는 사람들에 열렬한 지지를 얻고 있다. 경제학 교수 출신의 아서 드 배니(74)는 직접 운동과 원시인 식이를 함께 실천한 체험을 바탕으로 지난해 ‘새로운 진화 식이: 우리의 구석기 시대 조상이 체중감량과 피트니스, 노화에 대해 가르쳐 준 것’이란 책을 펴냈다. 드 배니는 자신의 저서에서 “인류의 조상들은 적게 먹고 많은 에너지가 많이 나는 식품을 주식으로 삼았다”면서 “농부 대신 사냥꾼이 되면서부터 인류는 점점 뚱뚱해지기 시작했고 새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코데인 교수는 “원시인 식이는 지중해 식이보다 심장건강에 좋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다수의 영양학자들은 원시인 식이가 현대인들에게 적용되기엔 무리가 있다고 지적한다. 최근 유에스뉴스(US News)가 미국 영양학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전문가들은 원시인 식이에 대해 지중해 식이나 생식, 다이어트 식보다도 훨씬 실천하기 어려운 식단으로 꼽았다. 특히 전문가들은 원시인 식이가 탄수화물에서 전체 필요열량의 23%만 얻는 데 반해(미 정부 권장량 45~65%) 단백질과 지방은 지나치게 높아는 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전문가들은 “야채와 살코기의 충분한 섭취는 바람직하지만 전반적으로 유제품과 곡물이 완전히 배제된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뉴욕대 영양학자인 마리온 네슬 교수도 원시인 식이에 대해 “오늘날 주로 앉아서 생활하는 현대인들에겐 적합하지 않는 식단”이라면서 “특히 필요 열량의 절반을 고기에서 얻는다는 주장은 쉽게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네슬 박사는 석기시대 인간의 기대수명이 25년인 점만 생각해 봐도 쉽게 알 수 있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코데인 박사는 그의 블로그에서 “현대사회에서도 수렵을 주로 하는 마을이 존재하며 이곳의 노인들에게선 비만, 고혈압 등 만성질환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면서 “원시인 식이는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미래의 새 물결”이라고 주장했다.

(사진: cavemandiet.com)
유지현 기자/prodig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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