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의 크기를 표시하는 데시벨(dB)을 기준으로 주요 악기를 살펴보면, 바이올린은 84~103dB, 오보에 90~94dB, 트럼본 85~114dB 등이다. 생활소음이 약 40dB이고 청력에 영구적인 손상을 가져올 수 있는 소음기준이 90~95dB을 생각할 때 상당한 크기의 소음인 것이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논문들에 따르면 음악인들의 청력에는 ‘이상이 없다’ 쪽으로 결론을 내려도 무방할 듯하다. 최근 오케스트라 네 곳의 전문 연주가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음악가들의 청력손상 정도가 일반인보다 더 심하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모두 어린 시절부터 매일 수 시간 동안 같은 악기를 연습하고 현재 일주일에 수 차례 연주여행을 다니는 등 장기적으로 같은 종류의 소음에 노출된 사람들이다. 연구진은 청력 외에도 혈중 콜레스테롤 등 혈액검사도 동시에 진행했지만 연주가들 사이에서 특별한 이상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음악가들의 청력이 일반인보다 더 탁월하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학술지 ‘심리학과 노화’ 최신호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오히려 나이에 따른 청력손실의 경우 음악가들이 일반인들보다 훨씬 정도가 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이 음악가 74명과 일반인 89명을 대상으로 청력 테스트를 한 결과, 음악가들은 같은 연령의 일반인에 비해 주파수를 구별하고 시끄러운 소음 가운데 대화를 알아듣거나 소리가 작아져도 감지하는 능력 등 청력이 더 탁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타임스는 “어떤 소음이든 만성적으로 노출되는 것은 청력 손상을 가져오는 것이 사실이지만 음악가들의 청력은 일반인들보다 뛰어나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고 논평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음악가들이 높은 주파수의 소음에 자주 노출되는 만큼 이명 등 위험은 여전히 높다고 지적했다.
유지현 기자/prodig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