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국 문화 고려한 발언으로
국제공조·경제협력 유도성과
“삼국지의 백미(白眉)인 유비ㆍ관우ㆍ장비 3형제의 ‘도원결의’는 세계경제를 구하려는 국제공조의 정신을 강조한 모범사례입니다.”
지난 28일 밤 신라호텔에서 열린 한·중 경제장관회의 만찬에서 마이크를 잡은 박재완 장관은 중국인들에게 친숙한 소재인 ‘삼국지’를 인용해 만찬사를 시작했다.
중국의 4대 기서 중 하나인 삼국지를 주요 소재로 선택, 그들의 문화적 우월감을 치켜세워 주는 동시에 우리 측의 요구사항인 양국 간 경제협력의 필요성을 적절히 녹여냈던 것.
박재완 장관의 이 같은 삼국지 경제외교는 곧바로 효력을 나타냈다는 후문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박 장관 발언 이후 만찬장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면서 “장핑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장관도 양국이 형제처럼 경제협력에 나서야 한다는 요지의 답사를 했다”고 설명했다.
박 장관은 이날 또 돼지고기를 팔았던 장비는 물가안정의 중요성을, 홀어머니를 모시는 유비는 노인복지의 중요성과 노익장을 과시할 수 있는 고령자 고용촉진을 제안하고, 절개의 상징인 관우에게서는 ‘파죽지세’와 같은 성장 동인을 찾는 등 재미와 메시지를 적절히 섞어냈다.
이에 앞서 박 장관은 지난 22일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과 가진 양자회담에서도 “선진국발 재정위기 여파가 신흥국으로 빠르게 전이되고 있고, 환율이 대폭 절하되는 등 신흥국의 우려가 크다”며 “리베라(뉴욕양키스 마무리투수) 같은 구원투수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야구광으로 알려진 박재완 장관이 양자회담 이틀 전 메이저리그 역대 최다 세이브 신기록을 세운 리베라 선수의 ‘따끈따끈’한 뉴스를 인용해 회담장의 분위기를 풀어나간 것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어차피 국가 간 경제협력이나 건실한 국가재정이라는 주제는 손에 잘 잡히지 않는 모호한 개념들”이라면서 “상대방에게 쉽게 전달되고 강한 여운과 이미지를 남긴다는 점에서 비유를 많이 사용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박지웅 기자/goahead@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