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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론자에게도 종교는 위안이다
라이프| 2011-09-30 10:26
딱딱한 의식으로서가 아닌

세속적 삶 속에서 의미 통찰


공동체 정신·인간성 회복 등

보편적 관념이 신앙의 뿌리


“神 없지만 그 지혜는 유용”

부정을 통한 긍정의 역설





“하늘로부터 부여받았다는 의미에서 진실한 종교는 물론 하나도 없다. 이 책은 기적, 영(靈),또는 불타는 덤불 같은 이야기를 믿을 수 없어 하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무신론자를 위한 종교’(청미래)는 ‘만들어진 신’ 논쟁식의 하나는 아니다. 그 무거운 외투를 벗고 비교적 가벼운 움직임을 보여주는 통찰이다. 그가 관심이 있는 것은 종교를 어떻게 활용하느냐다.

알랭 드 보통은 종교는 우리가 만들어 낸 것이며, 하늘에서 내려 온 게 아니라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그렇더라도 종교는 유용하며 신앙의 지혜를 읽어내면 우리의 현재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자신 유대인이지만 철저한 무신론자인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 20대 중반, 신앙의 문제로 위기를 겪었지만 하느님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확신엔 흔들림이 없었다고 고백한다.

그가 신앙의 문제를 해결한 건 실용주의적 관점이다. 그는 종교적 관습과 테마 속에 현대사회에 유용한 개념들이 있다고 본다. 이 지점에서 알랭 드 보통의 종교에 대한 전복적 전략이 전개된다. 즉 신앙의 문화유산들을 종교로부터 분리시키는 작업이다. 그는 기독교와 유대교, 불교를 독해하며 그 속에서 우리의 세속적 삶 속에서 수용가능한 통찰들을 찾아 나선다.

그 하나가 공동체다. 그는 현대사회의 여러 상실들 중 가장 통렬하게 느낄 만한 것으로 공동체 정신의 상실을 꼽는다.

이를 회복하는데 가톨릭의 전례들은 힌트를 제공한다. 가령 가톨릭의 건물은 세상 바깥으로부터 분리시키며 그곳을 찾는 방문객들을 하나로 묶는 장치로 기능한다. 또 성찬식과 같은 공동체 식사는 차별성, 소외감이 존재하는 현대 식당에 의도적 디자인을 통해 적용해 볼만하다는 게 저자의 아이디어다. 식당의 이름은 ‘아가페 식당’. 손님들 앞에는 가톨릭의 미사 경본을 연상시키는 지침서가 하나씩 놓여 있게 된다. 거기에는 식사 때에 지켜야 할 규범이 나와 있다. 전례를 통해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와 자비심을 높이는 것이다. 저자는 이것이야말로 우리의 상상력 속에서 서로를 인간답게 만들기 위한 중요한 한 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가 종교에서 끌어낸 또 다른 가치는 ‘사과’다.

“종교가 우리의 관심이 될 만한 가치를 분명히 가진 까닭은 그 순수한 개념적 야심 때문이라고. 또한 세속적 제도로서는 시도한 적이 없었던 방식으로 세계를 변화시켰기 때문이라고”(본문 중)

유대교의 ‘속죄의 날’은 잘못을 빌고 용서하는 메커니즘을 통해 개인의 분노와 사회적 안정을 유지해 왔다. 이 날의 이점은 바로 잘못의 원인이 뭔가 다른 곳에 있는 것처럼 생각될 수 있도록 이뤄짐으로서 상처를 일으킨 사건의 당사자들 양쪽 모두에게 위안을 준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를 세속적 버전으로 차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중세 ‘바보들의 축제’ 역시 우리의 파괴적이고 반사회적인 어두운 본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알랭 드 보통의 섬세한 심리적 독해가 엿보이는 대목이 여기다. 훌륭한 공동체가 되려면 사실은 그 구성원인 우리 안에 공동체를 진심으로 원하지 않는 요소가 많다는 점을 수긍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교육, 대학의 기능과 역할, 방식에 있어서도 종교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타자를 의식하게 하는 불교의 명상법, 반복과 설교, 수사, 웅변 등의 교과과정 전환 등을 통해 바람직한 인간관계를 맺는 법을 배울 수 있다. 여기에 알랭 드 보통이 이 글을 쓴 목적과 만나게 된다. 한마디로 삶의 기술을 알려주려는 것이다.

알랭드 보통의 종교 부정은 오히려 몰락하는 신앙구하기 측면이 있다는 점에서 묘한 전략이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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