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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처럼 훌륭한 사람못돼 반성했다”
뉴스종합| 2011-09-30 13:29
살이 좀 빠진 것 같다고 물었더니,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는 “얼굴에 칼자국(주름)이 좀 났죠. 아무래도 살림이 곤궁하면 몸을 많이 움직여야 되니까, 그러다 보면 잠도 부족하고 먹는 것도 부실하고…”라고 했다. 그는 웃으면서 마무리한다. “중년에 빠지는 것 좋죠.”

유 대표는 잇달아 쓴잔을 마셨다. 지난해 경기도지사 선거 패배, 4ㆍ27 보궐선거에서 국참당 후보 김해을 패배, 그리도 심혈을 기울였던 민주노동당과의 통합도 무산됐다. ‘유시민 정치’의 공간 확장은 쉽지 않고, 안철수 바람 이후 지지율도 떨어지고 있다.

지난 20일 헤럴드경제와 만난 유 대표는 “국민들이 생각하시기에 아직 제가 훌륭한 정치인이 아니고, 국민참여당도 훌륭한 정당이 아니라고 생각하시기 때문”이라고 잇따른 실패와 정치 지형 변화를 분석했다.

그러면서 유 대표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꺼냈다. “안 원장이 지금껏 보지 못한 훌륭한 인물이기 때문에 안철수 바람이 불었다“면서 “거꾸로 보면 지금 지도자가 훌륭하지 않고, 국민들은 훌륭한 지도자와 정당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고 했다. 안철수 바람이 정당정치를 무너뜨린다고 타박하고, 험담하고, 비아냥대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자신을 포함해 정치권이 스스로 훌륭해지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 대표는 고정 지지층인 열혈팬도 있고 이유없는 비토세력도 있다. “자꾸 기존의 것과 부딪히다 보니 변화를 원하는 분들은 좋아하지만, 변화를 원치 않는 분들은 좋아하지 않는다. 혁신에 동의해도 혁신가(革新家) 자체는 별로 안 좋아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되면서 과분한 관심을 받는 경우가 왕왕 있다고 생각한다.”

유 대표는 “그동안 실제로 마음속으로 좀 사나웠고, 그래서 만날 싸우는 걸로 국민에게 비쳐졌다”면서 “싸워도 안 변할 때는 싸우지 말아야 한다고 느낀다”고도 했다.

생각대로 일이 풀리지 않으면서 유 대표도 주변으로부터 지청구를 듣는 듯했다. 그는 “요즘 대책이 없는 게 있는데 ‘너는 왜 누구처럼 안 하니?’ 이런 주문을 받는다”고 했다. “왜 노무현처럼 안 하니” 하더니 요즘은 안철수, 문재인처럼 안 하냐는 말을 듣는다는 것. 사람이 다른 사람인데, 누구처럼 하라면 되겠냐고 유 대표는 난감해했다. 



지금도 민주당 입당을 제의받는 유 대표는 왜 창당을 하고 험한 가시밭길을 가고 있을까. 국민참여당의 홈페이지에는 ‘시민은 자유롭게 국가는 정의롭게’라는 모토가 걸려 있다. 유 대표는 “시민은 자유롭게는 민주당과 비슷하고, 국가는 정의롭게는 진보정당과 맞는 것 같다”면서도 “그런데 민주당은 뒷부분이 좀 부족하고, 진보당은 너무 이념적이어서 소통에 서투른 것 같다”고 했다. 그래서 두 가지의 지향점을 달성하기 위해 당을 만들었지만 잘 안되고 있다고 말했다.

보편적 복지, 선택적 복지 등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경쟁적으로 벌이고 있는 복지정책에 대해 유 대표는 ‘국민참여당은 시장친화적 복지’라고 정의했다. 장기적으로 보편적 복지라는 지향점에서는 진보진영과 같지만, 방법적인 면에서는 국가재정 형편을 고려하면서 시장메커니즘을 활용해야 한다는 점에서 다르다고 했다. 유 대표는 “이런 말을 하니까 짝퉁진보라고 비판받는다”고 했다.

반값등록금에 대해 유 대표는 생각이 달랐다. 유 대표는 “국립대 설립취지에 맞춰볼 때 국립대와 사립대를 똑같이 낮추는 게 맞는지, 또 국가 차원에서 육성해야 하는 기초과학ㆍ인문학을 졸업하면 바로 취업할 수 있는 경영학과 등과 똑같이 취급할 것인지 등등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고려할 사항이 정말 많다”면서 “정책이 너무 복잡하면 마케팅이 안 되는데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 하토야마 내각이 붕괴하고 최근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 같은 공약을 못 지킨 걸 사과했는데, 그렇게 되면 정치권은 물론 국가적으로 큰 손실을 보는 것”이라며 “(최근의 무분별한 복지확대 경쟁이)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유 대표는 복지 확대의 재원으로는 노무현 정부, 이명박 정부에 걸쳐 두 차례 인하한 법인세 감세를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 대표는 대한민국의 가장 큰 위기를 급속한 고령화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모든 동물계의 변화 근저에 있는 게 개체 수와 개체의 구성, 군집의 구성 변화라는 것. “2019년에 총인구의 감소가 시작되고 2050년 이후에는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1500만명에 이르는데 이는 경제ㆍ사회ㆍ정치ㆍ문화 모든 면에서 해일과 같은 충격”이라면서 “방파제 앞까지 쓰나미가 몰려왔을 때는 이미 늦는다”고 했다. 그리스 등 유럽의 위기도 고령화에 미리 대비를 못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유 대표는 “이명박 정부는 고령화 대비를 전혀 하지 않고 있다”면서 “그러나 위기가 닥쳤을 때 50년 전에 예측 못한 것이나 30년 전에 못한 것이나 다 똑같기 때문에 누구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게 고령화대책의 어려움”이라고 지적했다. 유 대표는 사람 하나하나의 재능도 사장시키면 안되는 사회가 오고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박원순 변호사 등의 외부인사 영입을 통한 국민참여당의 외연 확대 방안에 대해서는 “8평짜리 판자집을 마련해 놓고 오시라고 하면 염치도 없고 예의도 아니다”고 말했다.

민노당과의 통합 추진을 그는 ‘규모의 정치’로 정리했다. “국민들은 작은 진보당들이 똑똑하고 열심히 살아왔다는 걸 아는데, 오막살이 지어놓고 명품판다니까 못 믿겠고 AS 안 될 것 같다고 하신다. 진보당끼리도 화합하지 못하면서 국민과 어떻게 화합하느냐 그렇게 보신다. 또 당원들이 압도적으로 통합을 요구하신다.”

국민참여당과 민노당의 화학적 결합은 가능할까. “방법론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지향점이 같은 만큼 당을 합치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유전자가 살아남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라는 책에서 보면 다른 유전자와 잘 협동할 수 있는 유전자가 가장 오랫동안 살아남는다고 한다. 우리는 민노당과 다른 점도 있지만 잘 협동될 걸로 기대한다.” 참여당은 민노당과의 통합을 계속 추진하고 있다.

정리=양대근 기자 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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