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野都本色 PK
뉴스종합| 2011-10-04 09:51
동남아 신공항 무산 이어

부산 저축은행 사태까지…

민심변화 예사롭지 않아


안철수·박원순·조국·문재인…

새롭게 부상한 범야권 주자들

모두 PK출신 정치권 돌풍


TK보다 대안세력에 우호적

탈한나라당 가속화 조짐

권력지형 흔들지 주목




내년 두 차례의 큰 선거(4월 총선ㆍ12월 대선)를 앞두고 PK(부산ㆍ경남) 지역이 전국 최고의 ‘핫존’으로 떠올랐다.

한나라당 텃밭이었던 PK 지역의 민심 변화가 예사롭지 않은 상황에서 이 지역의 선거 판도에 따라 권력지형의 변화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민주당에 대한 호남의 민심이반이 현재로선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한나라당에 든든한 우군이었던 PK의 표심이 흔들릴 경우 전체 판세에 결정적 변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PK는 현 정부의 동남권 신공항 사업이 물 건너간 데 이어 부산저축은행 사태까지 터지면서 한나라당에 대한 지역민들의 ‘변심’이 속출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대로 가면 내년 4월 총선에서 한나라당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죽는 소리’도 이제는 자연스럽다. 게다가 한진중공업 사태가 벌어진 부산에 민주당 등 야당이 집중 공략에 나서는 등 야권이 PK 지역을 정권 재탈환의 교두보로 삼겠다는 전략을 펼치고 있는 상황이다.

▶‘야도본색(野都本色)’ 드러내나=영남은 항상 한나라당의 텃밭이었던 것 같지만, 사실 PK와 그중에서도 부산은 ‘전통적 야도’였다. 1967년 제7대 총선부터 3당 합당 전인 1988년 13대 총선까지, 군부 정권 계열의 공화당ㆍ민정당은 부산에서 신민당ㆍ민주당 등 야당 경쟁자보다 많이 득표한 적이 없다. 단, 신군부 쿠데타 직후 야당이 무력화된 채 치러진 1981년 총선만 예외다.

지난 지방선거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했던 김정길 전 장관은 부산 민심을 두고 “지금 부산에는 ‘3당 야합’ 이전 야도(野都) 시절 그 분위기가 느껴진다”고 말했다. 김 전 장관은 12ㆍ13대 총선 때 부산에서 배지를 달았던 경력이 있는데, 그때 분위기가 연상될 만큼 ‘밭의 토양’이 바뀌었다는 평가다.

또 PK가 TK(대구ㆍ경북)보다 ‘비(非)한나라당’을 대안 세력으로 택하는 데 있어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게 사실이다. TK의 경우 어찌됐든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라는 여권 유력주자의 영향력 아래에 있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민주당 등 다른 야당을 붙들기엔 제약이 있어 보인다.

상대적으로 PK는 현재의 야당을 정치적 대안으로 받아들이는 데 저항이 덜한 편이다. PK는 이미 한 차례 노무현 전 대통령을 배출해낸 바 있기 때문이다. 또 PK는 자기지역 출신의 대권주자가 마땅히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아쉬움이 ‘탈한나라당’ 현상으로 이어지는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PK 출신 野인사들 선봉에=이런 가운데 최근 범(汎)야권에서 새로운 정치주자로 떠오른 인물들이 공교롭게도 모두 PK 출신이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모두 부산 토박이다. 부산에서 태어나 고교까지 부산에서 나왔다. 안 원장은 부산고, 조 교수는 혜광고를 졸업했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경남 거제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부산으로 옮겨 경남고를 졸업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박원순 변호사는 경기도 출신이지만 태어난 곳은 경남 창녕이다. 문 이사장과 박 변호사는 사시ㆍ사법연수원 동기다.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올 정도로 이 지역 출신의 인사들이 정치권의 핵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안 원장의 경우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여론조사에서 유력주자인 박 전 대표와의 가상대결에서 접전을 펼치는 결과를 보이고 있어, 내년 총선과 대선 국면에서 ‘제2의 돌풍’을 일으킬지를 두고 정치권의 눈은 여전히 그를 향해 있다.

▶민심 ‘바로미터’ 부산 동구청장 재선거=PK 민심을 확인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시험무대는 다음달 26일 치러지는 부산 동구청장 재선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지역은 한나라당 소속인 정의화 국회부의장이 잇달아 4선을 한 곳이다 그 위세에 밀려 민주당, 민주노동당은 지난 총선 당시 후보도 내지 못했다. 지난 구청장 선거 때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지금은 사뭇 달라진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다. 지역에선 현 정권에 대한 심판론이 적지 않게 나오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이번 선거가 현 정부 심판론으로 이어지는 것을 최대한 차단하는 한편 엄연히 전문행정가를 뽑는 선거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번 선거를 감안해서인지 이명박 대통령도 지난 29일 1년3개월 만에 부산을 방문했고, 홍준표 대표 등 한나라당 지도부의 이 지역 방문도 잦아지고 있다.

민주당은 이곳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 총선에 출마했던 지역인 데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야권 단일후보로 치러진다는 점을 강조하며 선거판을 키우고 있다. 문 이사장이 동구청장 선거과정에 지원을 나선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판단이다.

한나라당은 정영석 전 부산시 기획관리실장을 공천했다. 행시 23회 출신으로 금정구ㆍ해운대구 부구청장, 부산시의회 사무처장 등을 지냈다. 반면 야 4당은 민주당의 이해성 전 한국조폐공사 사장을 내세웠다. 부산고 출신으로 노무현정부 때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냈다. 

서경원 기자/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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