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화익갤러리 개관 10돌 기념전
작가 38명 80여점 출품
한국작가 해외서 더 호평
숨은 진주 발굴에 보람
서울 북촌(송현동)의 낡은 2층 양옥을 개조해 화랑으로 꾸민 이화익갤러리(대표 이화익)가 올해로 개관 10주년을 맞았다. 그 기념으로 10월 5일부터 30일까지 지난 10년을 함께해온 작가들과 기념전을 개최한다. 1, 2부로 나눠 열리는 전시에는 김창열 김종학 이강소 신상호 황주리 구본창 강운 김동유(이상 1부), 이헌정 박선기 정보영 최영걸(이상 2부) 등 유명작가 38명이 참여했다. 총 출품작은 80여점.
이화익갤러리는 요즘 들어 국내 화랑들이 너나없이 ‘돈 되는 외국 유명작가’에 눈 돌리는 상황에서 국내 작가를 꾸준히 발굴해 소개하는 데 힘써왔다. 국내 컬렉터들이 외국작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음에도 ‘될성 부른 우리 작가’를 찾아내 국내외에 널리 소개하고 있는 것. 전도유망한 작가를 집어내는 이 대표의 눈은 정확하기로 정평이 나있다.
지난달 말 송현동 화랑에서 10주년 기념전 준비에 바쁜 이화익(54) 대표를 만났다. 이 대표는 “10주년이 되니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작가들이에요. 김덕용 김동유 이정웅 작가 같은 이들은 무명이나 다름 없던 시절에 만나 이제 어엿한 월드스타로 부상했어요. 그들의 끈기와 예술혼에 박수를 보냅니다. 설원기 임동식 정보영 최영걸 김정선 작가도 떠오릅니다”며 작가들을 잇달아 호명했다.
이화여대 영문과를 나온 이 대표는 대학 시절부터 현대미술에 관심이 많아 미술이론을 접했고, 대학원에서 미술이론을 전공했다. 그리곤 1986년 국립현대미술관 ‘1기 큐레이터’로 미술계와 인연을 맺었다. “당시 공직(국무총리실 직원)에 몸 담았던 남편(정두언 의원) 월급이 70만원이었어요. 그 걸론 아이들 키우며, 제 학비(박사과정) 내기가 어려워 취직을 하게 됐죠.”
그렇게 국립현대미술관에 적을 두고 6년을 일했고, 해외연수를 떠나는 남편을 따라 미국에서 2년여를 살았다. 귀국 후에는 국내의 대표적 메이저화랑인 갤러리현대 박명자 회장을 만나 그 밑에서 6년간 일했다. 그리곤 2001년 독립해 인사동에 작은 화랑을 차린 것. “2000년대 초에는 외환위기 직후라 우리 경제가 어려웠죠. 화랑 개업을 우려하는 시선이 많았어요. 하지만 제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고, 또 좋아하는 일이라 밀어붙였죠.”
그는 인사동 작은 건물 2층에 ‘이화익갤러리’라는 간판을 내걸고, 차우희 작가 개인전으로 개관전을 열었다. “인사동에 둥지를 틀었더니 좋은 점이 많았어요. 점심 먹고 인사동을 한 바퀴 휙 돌면 한국현대미술이 한데 보였으니까요”라고 회고한 이 대표는 그때 발굴한 김덕용 김동유 이헌정 이정웅 등 유망작가들을 널리 알리는 데 총력을 쏟았다.
물론 힘든 때도 적지 않았다. “김덕용(50) 선생 같은 분은 교직에 종사하며 작업을 병행하고 있었어요. 그러다보니 늘 시간이 모자랐죠. 그래서 제가 ‘선생님, 학교 접으시고, 올인하시면 어때요? 제가 작품 열심히 팔아볼게요’라고 전업작가의 길을 권유했어요.” 그러자 작가는 곧장 학교를 그만 뒀다. 여타 작가들 또한 뒤를 이었다. 그런데 2003년 이 대표는 위암이 발병해 병원 신세를 지게 되자 이들 생계 걱정에 마음이 더욱 초조했다고 한다.
이 대표는 “지금도 우리 미술시장은 원활치 못하나 한국 현대미술가들의 역량과 독창성은 충분히 경쟁력이 있습니다. 해외에서 오히려 더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이 그 방증이죠”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전시 수익금 중 일부는 서울대 어린이병원을 통해 심장병어린이 수술비로 지원할 예정이다. (02)730-7818
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