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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5는 없었다”
뉴스종합| 2011-10-05 09:29
스티브 잡스의 빈자리는 너무도 커 보였다. 밤잠을 설치며 기대했던 누리꾼들은 ‘애플이 전 세계를 낚았다’며 허탈해했다. 1·2차 출시국에 한국이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한 안타까움 조차도 없었다. 아이폰5 출시를 바짝 별러왔던 삼성전자는 오히려 ‘김이 샜다’는 반응이다.

애플은 4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쿠퍼티노 본사에서 ‘아이폰4S’를 출시했다. ‘아이폰4S’는 기존의 ‘아이폰4’를 소폭 개선한 제품이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프레젠테이션에서 “아이폰4S는 역사상 가장 놀라운 아이폰”이라고 소개했다.

아이폰4S는 아이패드에 적용된 A5칩(듀얼코어)을 탑재해 기존보다 중앙처리장치(CPU) 속도가 2배 빨라졌고, 그래픽 성능은 7배 개선됐다. 카메라 성능은 아이폰4(500만화소) 보다 크게 향상된 800만화소 카메라가 장착됐다. 배터리는 통화시간 8시간, 동영상 재생시간 10시간, 대기시간은 200시간이다.

하지만 기대를 모았던 ‘혁신’은 없었다. 아이폰4S는 이전 제품과 같은 크기인 3.5인치 레티나 디스플레이가 장착됐다. 두께도 같다. 외형적으로만 보면 아이폰4와 똑같은 모습이다. 그나마 ‘음성명령 기능’이 이날 발표된 새로운 내용이었다. 이 기능은 ‘오늘 무슨 옷을 입어야 할까?’라고 물으면 날씨를 감안해 ‘두터운 외투를 걸치세요’라고 스마트폰이 대답해주는 기능이다.

애플은 아이폰4S를 오는 14일부터 미국·일본과 유럽 등 7개국가에서 1차로, 오는 28일에는 오스트리아, 벨기에 등 22개국가에서 2차로 판매한다고 밝혔다. 한국은 70여개 3차 판매대상국에 포함됐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날 발표에 대해선 대부분 ‘기대 이하’라는 반응이다. 발표 직후 뉴욕 시장에서 애플의 주가는 장중 한때 5.44%(354.24포인트) 추락하기도 했다. 팀 쿡의 카리스마 부재를 탓하는 지적도 나왔다.

한국 소비자들의 반응도 싸늘했다. 한 누리꾼은 자신의 트위터에 “새롭지 못하다. 카메라가 좋아졌지만 타 안드로이드폰에 비해 딱히 혁신적이지 않다”고 썼고, 또다른 트위터 이용자는 “한국이 1·2차 출시국에 포함되지 못한게 안타깝지도 않다”고 남겼다.

모든 기대를 접고 아이폰5를 기다리겠다는 반응도 나온다. 한 사용자는 “아이폰3GS의 배터리를 교체해 진짜 아이폰5가 나올 때 까지 버텨보겠다”고 했다.

‘아이폰4S’는 과도기적 제품에 해당한다. 애플은 이전에도 3G 망을 사용하는 자사의 첫 스마트폰 ‘아이폰3G’의 속도를 개선한 ‘아이폰3GS’를 출시한 바 있다. 제품 디자인은 기존 그대로였다. 애플은 매 해 6월에 신제품을 소개해왔으나 올해는 10월에야 발표했다. 통상보다 4개월이나 늦은 시점이다.

애플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제품을 꺼내들자 오히려 맥이 빠진 것은 삼성전자 쪽이다. 삼성전자는 아이폰4의 차기작 출시를 기점으로 대대적인 소송전을 준비해 왔다. 아이폰4의 후속작이 출시되는 국가와 제품이 확인되는 즉시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다는 방침이었다. 그러나 막상 아이폰5 대신 다소 맥빠지는 아이폰4S가 발표되면서 삼성전자는 오히려 장고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애플에 대한 강경대응 방침이 내부적으로 서있었다. 그러나 아이폰4S에 대한 평가에 따라 일부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마이크로소프트 등과의 전략적 협력으로 특허전 등에서 자신감을 얻은 삼성과, 혁신적인 아이폰5를 빨리 내놓아야 할 상황에 처한 애플 간의 볼 만한 진검승부가 예고되는 대목이다.



<홍석희 기자 @zizek88>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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