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기사
한국도 재정리스크 ‘경고등’
뉴스종합| 2011-10-11 11:25
세계경기침체 한국에 악영향

경기둔화땐 세수감소 불가피

복지등 의무지출은 계속 증가


내년 4.5%성장 장밋빛 전망

총선·대선겹쳐 돈쓸곳 넘쳐

균형재정 사실상 불가능


‘빚 권하는 사회’는 언젠간 망한다. 빚더미에 올라앉은 기업이나 개인, 국가가 오래 살아남은 예는 없다. 우리나라는 기업 부채 문제로 13년 전 IMF 외환위기를, 개인 부채로 9년 전 카드대란을 경험했다. 정부의 재정위기는 없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아직은 오지 않았으나 곧 닥칠 위험이라고 하는 게 맞다.

세계경제는 지금 유로존,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의 재정위기로 암흑의 긴 터널을 지나는 중이다. 국가채무 문제로 세계경제가 동시에 침체의 길로 접어든 적은 일찍이 없었다. ‘미증유의 위기’라고 칭하는 것도 그런 연유에서다.

외풍에 유난히 취약한 우리 경제도 그래서 올해보다 내년이 더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그런데 정부는 내년 경제성장률을 4.5%로 예상하고 새해 예산안을 짜서 국회에 제출했다. ‘4.5% 성장률’은 정부가 예상하는 올해 성장률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높은 수준이다. 

기업과 은행(1997년 IMF), 개인(2003년 카드대란)은 정부가 뒤를 받쳐주니 빠져나올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엔 정부의 빚잔치가 우려되고 있다. 걷힐 돈보다 쓸 돈이 많으니 곧 닥칠 위험이 아닐 수 없다.   안훈 기자/rosedale@heraldcorp.com

정부가 짠 새해 예산안을 보면 일단 균형재정을 앞당겨 달성하려는 의지는 엿보인다. 정부는 내년에 총수입 증가율(9.5%)보다 총지출 증가율(5.5%)을 낮게 잡아 균형재정 달성 시기를 2013년으로 앞당기겠다고 했다. 총수입은 344조1000억원, 총지출은 326조1000억원으로 책정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올해(35.1%)보다 2.3%포인트 감소한 32.8%로 이명박 정부 출범 수준으로 떨어뜨리겠다는 복안이다.

문제는 정부의 이런 계획이 과연 달성 가능하냐는 것이다. 경기가 둔화되면 세입 여건도 안좋아지는 게 상식이다. 새해 예산안이 실현 불가능할 뿐 아니라, ‘균형재정 달성’이라는 명분에 집착한 나머지 ‘끼워맞추기식’으로 예산을 편성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설령 정부가 2013년까지 균형재정을 달성하더라도 지속 가능할지 의문이라는 게 세제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은 “균형재정을 달성하려면 지출 부문에서 재정부담을 유발하는 의무지출이 통제돼야 하는데, 내년 이후에도 복지 확대, 고령화 도래, 국가부채 증가에 따른 이자지출 증가 등으로 의무지출 축소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의무지출이란 정부의 총지출에서 교부금, 사회복지, 농림, 이자상환 등 통제가 어려운 지출을 뜻한다. 기업으로 치면 고정비 성격이 강한 지출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직전인 2007년 41.7%였던 의무지출 비율은 지난해 44.6%, 올해 45%로 계속 높아지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 김춘순 예산분석실장은 최근 토론회에서 “2012년 예산안이 확정되지 않아 의무지출의 규모를 정확히 산출할 수 없지만 사회복지 지출에 대한 수요, 교부금 증가 등을 고려하면 내년에도 (의무지출의)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내년은 20년 만에 총선과 대선이 한 해에 치러진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그만큼 정부뿐 아니라 국회에서 요구하는 예산이 많을 것이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복지 관련 예산 경쟁이 치열해져 지출 규모를 줄이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국회예산정책처는 현행 복지 관련 법ㆍ제도가 그대로 유지된다는 가정하에 2050년까지 재정을 전망한 결과, 경제성장률은 하락하고 세수는 늘어나기 어려운 반면 세출은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예산정책처는 또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2021년까지 완만하게 하락하다가 통합재정수지가 적자로 전환되는 시점부터 빠른 속도로 증가해 2035년 이후부터는 지속 가능성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2035년 국가채무 비율은 50% 수준으로 유럽연합(EU) 기준인 60%보다 낮지만 그 시점부터 세계에서 유례 없이 빠른 고령화 때문에 국가채무 증가속도가 급격히 빨라지게 된다는 설명이다.

예산정책처 박종규 경제분석실장은 “복지재정을 포함해 장기적인 재정지출이 예상되는 예산항목에 대해서는 현행 5년이 아닌 30년 이상 장기 재정수지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해 첨부하도록 국가재정법 개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한구 의원은 “정부는 일회성 균형재정에 골몰하기보다 부채 증가속도를 고려한 세수기반 확대, 의무지출 관리 등 건전재정 유지를 위한 체질개선에 주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신창훈 기자 @1chunsim>
chunsim@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