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은 노조다. 그러나 교섭권도 없다. 나이는 겨우 한살. 이른바 ‘88만원 세대’의 한과 꿈이 서려있어서 일까. 그 힘은 강하다. 바로 청년유니온이다. 이 단체는 지난해 3월 설립돼 교섭권도 없는 비인준 조합이다. 그러나 이 단체에 국내ㆍ외 대기업들이 줄줄이 무릎을 꿇고 있다.
청년유니온은 지난 11일 커피빈코리아가 아르바이트생과 퇴사자 등 3000여명에게 미지급 수당 5억여원을 지급했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지난 5일 커피빈코리아를 고용노동부에 집단 고발한 바 있다. 불과 며칠 만에 회사측이 손을 든 것이다. 지난 3월엔 피자업계의 ‘30분 피자배달제 폐지’ 결정을 이끌었고 최근엔 카페베네의 미지급 주휴수당 지급을 이끌어냈다.
정부도 움직였다. 고용노동부는 청년유니온의 커피전문점 주휴수당 실태공개 직후 커피전문업체들을 대상으로 긴급조사에 나섰고 지난 7일 열린 고용노동부 국감현장에선 청년유니온 노조설립문제가 중요한 의제로 다뤄질 정도였다.
상식적으론 이해가 되지 않는 청년유니온의 힘. 그 중심에 김영경 위원장이 있다. 올해로 30살. 단아한 인상의 아직은 애띤 얼굴을 한 그가 바로 ‘강소’ 청년유니온의 수장이다. 대한민국의 평범한 88만원 세대로 산던 그는 불현듯 불안하고 보호받지 못하는 이 시대 청춘을 대변하는 목소리가 절실하다는 생각에 직접 조합을 결성했다. 지난해 3월, 불과 60명으로 조합을 결성했고 청년들의 권리 찾기는 그렇게 시작됐다.
“더 이상은 안돼” 란 사회적 울분이 반영됐기 때문일까. 60명으로 시작된 이 단체는 공감에 공감을 낳으며 조합원 수가 300명으로 늘었다. 카페 회원수는 4000명에 육박한다.
김영경 위원장은 “저희도 이렇게 영향력이 커질지는 예측하지 못했다”면서 “ 그만큼 현재 우리사회의 양극화, 비정규직등 사회적 불평등 문제에 대한 돌파구가 절실하다란 뜻”이라고 평가했다.
이때문에 청년유니온의 활동은 최근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월가의 시위의 한국판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김 위원장 역시 “윌가의 시위에서 ‘꿈을 공유하자’란 슬로건에 큰 영감을 얻었다”면서 “우리도 이에 동참해 15일 한국판 월가 시위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감대가 커질수록 어깨의 짐도 무겁다. 최근 연이어 거절된 노조설립문제는 이영경 위원장이 최근 가장 신경쓰고 있는 부분이다. 해야 할일이 늘어날수록 교섭권이 없다는 점은 번번히 취약점이 되기 때문이다. 김영경 위원장은 “고용노동부가 ‘실업자 위주로 구성된 단체는 노조를 설립할 수 없다’를 입장을 견지해 현재 행정소송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청년권익을 되찾기 반드시 필요한 사항인만큼 반드시 이뤄내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피자업체에 이어 커피전문점까지. 3탄이 궁금했다. 김영경 위원장은 “베이커리 등 청년들이 주로 일을 하는 업종이 될 것”이라면서 “이 시대 불안하고 보호받지 못하는 청년들을 위해 활동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황혜진 기자 ㆍ이소희 인턴기자@hhj6386> hhj6386@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