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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피아노 시장, 마치 90년대 한국 황금기 보는 듯
뉴스종합| 2011-10-14 08:06
[상하이= 정태일 기자〕“자 또 하나 팔렸습니다. 여기 스티커 하나 붙여 주세요”

한 악기업체 부스 매니저가 방금 구매 계약을 마친 피아노를 가리키며 직원에게 지시했다. 직원은 ‘New’라고 붙은 피아노에 ‘己售’라고 쓰인 스티커를 붙였다. 중국어로 ‘이미 팔렸다’는 뜻이다. 신제품으로 나온 피아노가 출시 첫날에 주인을 찾은 것이다. 이 업라이트 피아노의 가격은 우리 돈으로 2000만원을 훌쩍 넘었다.

지난 13일 찾은 중국 상하이 푸동 소재 상하이 뉴 엑스포장. 이곳에서 중국 최대의 악기 박람회 ‘2011 뮤직 차이나’가 열리고 있다. 총 17개 나라 1800여개 업체가 참가한 이번 박람회는 12일 개장 첫날만 5만3000명이 방문할 정도로 바이어들의 관심이 뜨거웠다. 야마하 관계자는 “3년 전 만 해도 그저 싼값에 악기를 사러 오는 나라였는데 어느 새 판매시장이 일정 궤도에 올랐다”고 설명했다.

피아노, 기타를 비롯해 전자악기와 중국 전통악기까지 총 7개 분야의 악기가 전시되는 이번 박람회 중 단연 사람들의 관심을 끈 곳은 피아노관이었다. 이곳에서 삼익악기가 부스를 마련하고 올 하반기 신제품을 적극 홍보하고 있었다. 자일러(SEILER), 삼익, 크나베, 프램버그 등은 이번 박람회에서 선정한 중국 인기 브랜드 10위권에 들기도 했다.

백원기 영업전무는 “한국에선 보통 110m 높이의 피아노를 만들지만 이곳 사람들은 웅장한 소리를 좋아해 120m 이상으로 높여 제작한다″고 밝혔다.

영창악기도 2개 층의 부스를 제작하고 어쿠스틱 피아노와 디지털 피아노(커즈와일)를 전시하고 있다. 중국에 1000여 명의 직원을 둔 세정악기도 중국 자재와 한국 기술을 결합한 중가 이상의 제품을 선보였다.

이처럼 국내 악기업체들이 일제히 중국에 공을 들이는 것은 피아노를 중심으로 악기시장이 급상승 하고 있기 때문. 지난 한 해 동안 중국에서만 팔린 피아노는 30만 대를 훌쩍 넘었다. 이는 전세계 피아노 판매량 55만 대(추정치)의 55%에 달하는 규모다 .

 
몇년전만 해도 단순한 이벤트에 불과했던 뮤직 차이나는 어느덧 독일의 MUSIKMESSE나 미국의 NSAMM과 맞먹는 악기쇼로 성장했다. 방문객들이 피아노관 부스를 찾아 신제품들을 둘러보고 있다.

중국 피아노시장은 해마다 8% 이상 성장해 왔다. 그 중에서도 전체의 40%를 차지하는 중고가 이상 피아노가 각광 받고 있다. 중산층 이상의 학부모들이 피아노를 필수 교육기자재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광저우에서 대리점을 운영하는 웨이민 통 씨는 “3년전부터 피아노 교육이 보편화 되면서 학부모들이 학원수강과 동시에 자녀들에게 피아노를 사준다”며 “400만원 이상의 중고가를 선호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이형국 삼익악기 대표는 “중국은 마치 1992년 20만 대 가까이 피아노가 팔리며 없어서 못 팔았던 한국을 보는 것 같다”며 “덕분에 올들어 처음으로 중국법인 매출이 한국법인을 넘어섰다”고 말했다.

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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