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ㆍ26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와 박원순 야권단일후보가 ‘거친 승부’를 택했다.

박 후보의 병역기피 의혹과 허위학력 기재 논란 등을 앞세운 나 후보 측은 지난 주말과 휴일을 고비로 보수층의 결집과 박 후보 지지층에 균열이 생긴 것으로 보고 박 후보를 더 거칠게 다룰 태세다. 검증공세가 먹혔다는 분석이다.

나 후보는 17일 한 라디오에 나와 “제가 상승세, 박 후보가 하락세인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전날 “역대 하락세를 타던 후보가 승리한 경우는 없다”며 나 후보의 승리를 확신했다.

나 후보 선대본부장인 이성헌 한나라당 의원은 “박 후보는 검증과 네거티브를 구분해야 한다”며 검증공세를 이어갔다.

박 후보 측은 여권이 주장하는 검증공세에 대해 ‘방어모드’에서 ‘공세모드’로 전환했다. 초박빙의 승부가 예측되는 만큼 방심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는 속담을 되뇌이는 것이다.

박 후보는 이날 종로구 안국동 캠프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나라당이 하고 있는, 여러분이 목격하고 있는 구태정치, 온 정부권력이 나서고 있는 선거에서 시민후보 특성에 맞는 선거운동을 벌이려 한다”고 공세를 취했다. 이어 “새로운 정치 희망서울은 내 한사람의 투표참여로 이뤄진다”고 투표참여를 독려했다.

그는 전날 방영된 방송연설문에서 한나라당의 각종 의혹 제기에 대해 “역사상 가장 추악하다는 네거티브, 참을 만큼 참았다”며 대대적인 ‘반(反) 네거티브’ 전선 형성을 밝혔다.

이날 발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나 후보와 박 후보 간 지지율 격차는 오차범위 이내로 좁혀졌다. 두자릿수에서 한자릿수로, 나 후보가 박 후보를 앞섰다는 결과도 부쩍 많아졌다.

한겨레신문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이날 발표한 결과(15일 500명 대상)는 나 후보 51.3%, 박 후보 45.8%다. 서울신문과 엠브레인의 10~11일 조사 이후 나 후보가 이긴 조사는 처음이다. 적극 투표층에선 나 후보 54.6%, 박 후보 43.9%로 차이가 10%포인트 이상 벌어졌다. 중앙일보와 한국갤럽의 조사(14~15일 1185명 대상)에선 박 후보 40.8%, 나 후보 39.8%를 기록했고, 한국일보와 한국리서치의 조사(15일 800명 대상)에선 나 후보 38.4%, 박 후보 39.2%로 집계됐다.

윤희웅 KSOI 조사분석실장은 “박 후보에게 제기된 의혹이 결정적이거나 폭탄급은 아니다”면서도 “박 후보가 수세에 몰리면서 자신이 내세운 비전이 상대적으로 대중에게 어필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추격 허용의 주요 요인이란 설명이다.

특히 MB사전 논란과 대통령 측근비리 의혹 등을 둘러싼 야권의 공세도 판세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등 차기 대권주자들이 전면에 나서면서 ‘현정권 심판론’이 부각되지 못한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조동석ㆍ박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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