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경영인
전기에서 본 잡스, 괴팍하면서도 순정 넘쳤던 사람
뉴스종합| 2011-10-23 12:08
56세라는 길지 않은 인생이었지만 누구보다 화려한 업적을 쌓았던 스티브 잡스.

그는 죽어서도 이름은 물론 아이팟,아이폰, 아이패드 등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IT제품들을 함께 남겼다. 또 경영자, 개발자는 물론 강연, 패션 등에서도 남다른 재능과 스타일을 보여주며 자신 한 사람만으로도 세계의 아이콘이 됐다.

실패를 거듭하고 죽음의 문턱까지 가면서도 잡스는 어떻게 이토록 모든 인류로부터 칭송받는 사람이 됐을까. 그가 갖고 있는 DNA는 일반 사람들과 어떻게 달랐던 것일까. 또 한 인간으로서 가졌던 고뇌와 기쁨의 크기는 어땠을까.

이 모든 궁금증에 대한 대답을 뒤로 미룬 채 스티브 잡스는 생을 마감했지만 대답을 대신해 줄 그의 전기가 24일(한국시간) 공식 발매된다. 이에 앞서 전 세계 사람들이 기다려온 바로 그 전기 일부를 미 실리콘밸리 일간 새너제이 머큐리뉴스가 공개했다. 이를 통해 살짝 들여다본 생전의 스티브 잡스는 사람 중심의 경영 철학이 확고한 동시에 지나칠정도로 솔직한 인간적 면모를 갖고 있었다.

▶돈보다 사람을 우선했던 휴먼 CEO= 잡스는 경영 철학으로 늘 ‘동기’를 강조했다. 회사가 돈을 많이 버는 것보다 직원들은 일할 동기, 고객들은 구매 동기를 갖도록 심워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처럼 애플은 그에게 있어 철학이 담긴 단순한 기업 이상의 것이었다.

그는 “나의 열정은 직원들이 위대한 제품을 만들겠다는 동기를 가질 수 있는 영속적인 기업을 만드는 것”이라며 “다른 것들은 모두 부차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애플의 전 CEO였던 존 스컬리에 대해 강하게 부정하기도 했다. 잡스는 “물론 이익을 내는 것도 훌륭한 제품을 만들도록 하는 것이기 때문에 좋지만, 이익이 아니라 제품이 동기가 돼야 한다”면서 “하지만 스컬리는 회사의 목표를 돈 버는 것으로 뒤집어 버렸다”고 비난했다.

반면 스컬리 만큼 한 때 사이가 좋지 않았던 애플 공동 창업자 스티브 워즈니악에 대해선 평가가 달랐다. 워즈니악은 1980년 애플을 상장할 당시 잡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천문학적인 가격의 주식을 싼 값에 직원들에게 나눠줘 화제가 됐다.

그는 자비를 들여 학생들에게 컴퓨터를 나눠주고 어린이박물관과 기술박물관과 같은 공공기관을 설립하기도 했다. 자비로 록 콘서트를 열거나 큰 유람선을 구입해 배 위에서 기타를 치곤 했다. 일과 회사에만 열중하며 편집증에 가까운 완벽주의자 면모를 보인 잡스와는 정반대였던 것이다. 때문에 잡스는 워즈니악과 때때로 사이가 좋지 않았지만 그의 엔지니어로서의 재능에 대해서는 존경을 표했다. 잡스는 “워즈는 일반적인 엔지니어보다 50배나 훌륭하다”고 말했다.

이밖에 잡스는 “내가 할일은 보고서에 없는 것을 찾아내 사람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시장조사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기도 했다.

▶소름끼칠 정도로 직설적인 괴짜 중의 괴짜= 사람을 대하는 잡스의 평소 성격은 어땠을까. 잡스 최측근인 애플의 디자이너 아이브는 “그는 매우 예민한 사람으로 이 성질이 그의 반사회적이고 무례하며 부조리한 행동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아이브는 “그가 크게 좌절했을 때 그의 카타르시스(정화) 방법은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는 그렇게 할 자격이 있다고 느끼는 것처럼 보인다. 일반사회의 규범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잡스가 효율적으로, 효과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상처주는 방법을 알고 있고, 그렇게 했다”고 덧붙였다.

잡스는 하지만 이를 자신의 의무라고 믿고 있었다. 잡스는 “내가 사람들을 짓밟지는 않았지만 문제가 있으면 나는 그들의 면전에서 말한다. 솔직해야 한다. 내가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를 알고 있고, 대부분 그것이 옳았음이 입증되곤 했다”면서 “이것이 내가 만들어내려고 했던 문화이다. 우리는 서로 잔인할 정도로 솔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정장 차림으로 격조 높은 언어를 사용할 수도 있지만 나는 캘리포니아의 중산층 출신이기 때문에 그런 것 모른다”며 “직원을 해고하고 집에 들어왔을 때 6살이 된 (아들) 리드를 보고 그 사람이 가족들에게 일자리를 잃었다는 것을 알리는 모습을 상상했다. 어려운 일이지만 누군가가 해야 할 일이다”라고 말했다.

▶평생 한 여자만 바라 본 순애보= 냉철할 정도로 차웠던 잡스지만 그도 한 여자한테는 순정을 바친 남자였다. 잡스는 사망하기 7개월전 부인 로런 파월 잡스와 결혼 20주년을 기념했다. 당시 그는 부인에게 진심을 담은 메모를 바쳤다.

“20년전 우리는 서로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었다. 우리는 직관에 의해 인도됐고, 당신에 매력에 흠뻑 빠졌다. (요세미티의 호텔인) 아와니에서 결혼할 때 눈이 내렸다. 세월은 흐르고, 아이들이 태어나고, 좋은 시간과 어려운 시간은 있었지만 결코 나쁜 시간은 없었다. 우리의 사랑과 존경은 계속되고 더욱 커졌다. 대부분 함께 했으며, 얼굴과 마음에 주름이 생기면서 더 늙고 더 현명해져서 20년전 우리가 출발했던 바로 그곳으로 돌아왔다. 지금 인생의 즐거움과 고통, 비밀, 경이 등에 대해 알게 됐고 여전히 여기 함께 있다. 아직도 당신의 매력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메모를 읽은 잡스는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을 흘렸다고 전했다.

홍석희ㆍ정태일 기자/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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