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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버스에서 무슨일이…전-의경제도 폐지?
뉴스종합| 2011-10-25 07:20
2009년 5월 아산기동대 1중대에 배치된 박모 의경은 내무반이나 취사실, 행정반 사무실뿐 아니라 시위진압을 위해 대기 중이던 버스 안에서도 다른 후임들과 함께 수차례 구타를 당했다. 

가해 선임은 박 의경이 배치받은 지 한 달 만인 2009년 6월 당진 현대제철 시위진압을 위해 대기 중이던 버스 안에서 암기사항을 외우지 못한다는 이유로 박 의경과 다른 후임의 얼굴과 머리를 손바닥으로 10여 차례 때렸다. 박 의경은 같은 해 12월까지 행정반 사무실, 소대버스 등에서 26차례에 걸쳐 선임에게 가혹행위를 당하며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같은 해 12월 혈액암 진단을 받고 이듬해 6월 숨졌다.

이처럼 전ㆍ의경 내부폭력이나 가혹행위의 실태가 상상을 초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국가인권위원회의 직권조사 결과에 따르면, 선임자는 시위현장에서 대기 중이던 버스안에서 암기사항을 외우지 못했다거나 점심을 빨리 먹지 않는다, 출동장비를 준비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후임병의 얼굴과 머리, 가슴을 수차례 때린 사례가 빈번했다. 폭행당한 후임 전ㆍ의경은 집회 참석자를 대상으로 공격적으로 분노를 표출할 여건이 갖춰졌던 셈이어서 충돌사태 등 불상사의 빌미를 경찰이 방조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인권위의 전ㆍ의경 제도 폐지권고는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계속되는 내부폭력이나 가혹행위가 제도 자체를 없애지 않는 한 뿌리 뽑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점심을 빨리 먹으라며, 시위 진압 당시 실수를 했다며, 동작이 느리다며, 식판을 깨끗하게 닦지 않았다며 박 의경을 포함한 후임들은 버스 안에서 주먹으로, 손바닥으로, 나무로 된 상황판으로 얼굴과 머리, 가슴을 얻어맞았다. 부대 생활을 잘하지 못한다, 목소리가 작다는 이유 뿐 아니라 ‘후임병 관리’라는 명목으로 소대 버스 안에서 얻어맞은 것으로 확인된 것만 전체 가혹행위 26건 중14차례다.

숨진 박 의경의 경우 선임에게 당하는 폭력을 부대에 신고했지만 지휘관들은 가혹행위를 묵인하고 방조, 축소 처리한 것도 인정됐다. 박 의경은 중대에 배치받은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은 “(이런 식의 가혹행위는) ‘군기 잡기’이기도 하지만 시위 현장에서 강경 진압을 쉽게 하기 위한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린 것이기도 하다”며 “선임에게 당한 화풀이를 시위대에 전가하는 악순환을 가져온다”고 지적했다..

헤럴드생생뉴스/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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