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조직폭력 뿌리 뽑으려면 돈줄부터 말려야”
뉴스종합| 2011-10-26 12:17
생쥐 목잘라 집으로 배달

아내 유산 등 보복 시달려

8개파 조직와해 특진만 4번

인천 장례식장 조직폭력배 흉기 난동 사건의 후폭풍이 거세다. ‘조폭과의 전쟁’을 선포한 경찰은 관련 조폭 검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조폭만 상대한 지 11년. 그 사이 전국구급 거대 조직을 포함해 8개의 조직을 와해시켰다. 덕분에 ‘조폭 잡는 저승사자’라는 별명도 얻었다. 바로 경기경찰청 한모(보복 방지를 위해 실명 가림) 폭력2팀장이다. 그는 순경으로 들어온 이래 16년간 조폭을 잡아 얻은 ‘특진’으로만 4번 진급했다. 그는 지난 5일에도 전국구 조폭 ‘구로식구파’를 검거하고 조직을 와해시킨 공을 인정받아 경감으로 특진했다. 그가 제시하는 ‘조폭 해법’은 무엇일까.

조폭 잡는 건 ‘머리싸움’, 자금줄 안 말리면 조직원 체포로는 소용없어=영화에서 보는 것과는 달리, 조폭과의 전쟁은 ‘몸’보다는 ‘머리’가 우선이다. 조직폭력은 ‘증거물’을 제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긴 기간의 사전 조사와 채증 작업을 통해 이권 개입, 폭력 행사 등의 증거를 모으지 않으면 박멸하기 어렵다는 게 한 팀장의 설명이다.

이번에 와해시킨 ‘구로식구파’의 경우 내사에만 3년 동안 공을 들였다. 그 결과, 90명의 조직원 중 81명을 검거하는 동시에 올 6월 법원에서 조직자금 8억8900여만원의 몰수 보전 판결을 받는 데 성공했다. 한 팀장은 “조직원을 아무리 잡아봐야 조직자금이 남아 있으면 출소 후 다시 세를 규합해 버린다”며 “이번 조직자금 몰수 보전 성공이야말로 실질적으로 조직의 씨를 말린 ‘진정한 성공’”이라고 설명했다.



조폭 잡을 땐 3인 1조, 방검복은 ‘필수’=하지만 결국 ‘검거’는 몸으로 하는 것. 미행 등을 통해 조직원의 위치를 파악한 날에는 팀원 전체가 긴장할 수밖에 없다. 조직원 1명을 잡기 위해선 기본적으로 3명이 동시에 움직이는데, 출동하는 날엔 방검조끼, 삼단봉은 물론 총기도 항상 휴대하고 움직인다.

하지만 순순히 잡혀주는 조폭은 없다. 결국 몸싸움은 물론, 심한 경우 흉기를 휘두르며 달려드는 조폭을 어떻게 요리하는가가 관건이다. 전원 태권도, 유도, 검도 유단자들로만 구성된 팀원은 조폭이 휘두르는 흉기를 삼단봉으로 쳐내며 맞선다. 한 팀장은 “한 명이 날아다니며 여러 명의 조폭을 제압하는 것은 영화에서나 나오는 일”이라고 말했다.

칼 맞고 온 걸 보고 아내는 유산까지, 보람 하나로 조폭 잡으러 나선다=‘조폭 잡는 저승사자’ 한 팀장에게도 아픔은 있다. 조폭을 잡다 칼 맞고 피 흘리며 돌아온 자신을 보고 당시 임신해 있던 아내가 유산하는 고통을 겪었다. 이후에는 한 팀장을 회유ㆍ협박하던 조폭들이 집으로 한 팀장의 식구 수에 맞춰 생쥐 4마리의 목을 잘라 칼까지 꽂아 보낸 일도 있다. 이를 직접 받아본 큰아이는 아직도 안정을 찾지 못해 치료 중이다.

하지만 그를 조폭과의 전쟁터로 보내는 것은 사명감이다. 한 팀장은 “조폭들이 국민에게 미치는 위화감은 엄청나다. 덩치가 산더미 같은 놈들이 깍두기 머리에 문신을 보이며 국민을 위협하면 국민이 마음 편히 살 수 있겠는가”라고 말한다. 그는 “지금도 2개 조직에 대한 내사를 진행 중”이라며 “위에서 버팀목이 돼주니까 열심히 하고 있다. ‘조폭은 척결해야 한다’는 생각엔 변함이 없다”고 힘줘 말했다.

김재현 기자/madp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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