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IMF위기·안티사건 극복…노후소득 든든한 후원자
뉴스종합| 2011-10-26 12:22
8월말 기준 가입자 1961만명

연내 2000만명 돌파 예상

‘1가구1연금’서‘ 1인1연금’으로


임의가입자 증가 20만명 육박

고령화시대 노후대비수단 각광

믿음직한 사회보장망 정착

국민연금 가입자 2000만명 시대가 눈앞에 성큼 다가왔다. 지난 8월말 기준으로 국민연금 가입자 수는 모두 1961만명. 올해 연말이면 2000만명 돌파가 예상된다. 지난 1988년 420만명으로 시작한 국민연금이 의무가입 대상이 5인 이상 사업장, 농촌 및 도시지역 자영업자 등으로 확대되고 임의가입자들이 몰리면서 2000만명이라는 전인미답의 새로운 지평을 열게됐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소중한 노후소득 보장 수단으로 명실공히 자리를 잡게 된 셈이다.

2000만명은 우리나라 인구의 5분의 2에 해당한다. 4인가족 기준으로 ‘1가구 1연금’ 시대를 넘어 섰으며, 임의가입자 증가 추세를 감안할 때 앞으로는 ‘1인 1연금’ 시대도 머지않았음을 알 수 있다.

가입자 2000만명이라는 새로운 지평은 그냥 주어진 것이 아니다. 우여곡절이 많았다. 백지고지 정산, 효도연금 보내기, 전 국민 연금시대 개막, 국민연금 안티 사건 등 바람 잘 날이 없었다.

10년 만에 1600만명 가입=13년이나 시행이 보류되다 지난 1988년부터 시행된 국민연금제도는 첫 번째 의무가입 대상인 10인 이상 사업장 근로자들이었다. 이렇게 시작된 국민연금 의무가입은 시행 첫 달인 1988년 1월 총 5만2074개 사업장의 420만1981명이 가입했다.

당시 국민연금은 보험료를 징수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백지고지로 채택했다. 백지고지는 납부금액이 기재되지 않은 고지서를 발행해 송부하면, 사업장이 스스로 기재하고 납부하는 방식으로 과오납 사례가 자주 발생했다.

10인 이상 사업장 근로자를 대상으로 시작된 국민연금 가입자는 의무가입 대상이 확대되면서 숫자가 급증했다. 1992년에는 5인이상 근로자 사업장으로 적용이 확대됐고 이 때부터 400만명대에 그치던 보험 가입자가 500만명 수준으로 늘어났다.

이어 1995년에는 농촌지역으로 국민연금 가입이 확대되면서 또 한 차례 가입자 증가세가 나타나게 된다. 1994년 12월 기준 544만명이던 전체 가입자 수가 1995년 7월에는 752만명으로 늘어났고, 1999년 4월에는 도시지역 자영업자도 국민연금 가입 대상에 포함되면서 1626만명으로 급증했다.

우여곡절의 가입자 감소=국민연금 가입자가 늘어나는 데에는 이처럼 가입자 대상을 제도적으로 확대한 것이 기여했지만, 제도가 정착되는 데까지 공단의 노력도 적지 않았다. 특히 제도 시행 과정에서 국민연금 수급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납부예외자가 늘어나는 등 다양한 모습이 나타났는데, 여간 곤혹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국민연금 가입자 증가 추세에 처음으로 제동을 건 것은 지난 1997년 IMF 외환위기 때였다. 1997년 12월 기준으로 783만5878명에 이르던 가입자 수가 1년 뒤인 1998년 12월에는 712만6307명으로 9%나 줄어들었다. 이는 경기 악화로 직장가입자 수가 7만명이나 감소한 영향이 컸다. 당시 외환위기로 인한 경기 여파가 어느 정도였는지 가늠할 수 있는 수치이다.

이후 2004년에 한 차례 더 가입자 감소를 겪게 되는데, 국민연금 수급에 대한 불안이 확대된 데다 10년 전 특례가입자들이 일시 반환금을 받아가면서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2003년 7월부터 5인 이하 사업장까지 당연가입자 대상이 확대됐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가입자는 2003년 12월 1718만1778명에서 2004년 12월에는 1707만217명으로 11만명이나 줄었다. 그 당시 국민연금공단을 곤혹스럽게 했던 사건이 바로 국민연금 안티 사건으로 국민연금의 8대 비밀 등 근거없는 루머가 확대되면서 수급에 대한 불안을 키웠다.

가을 햇살을 머금은 어르신들의 표정이 편안하다. 경상북도 의성군 다인면 산내리 주민들이 국민연금 수급 통장을 들어 보이며 활짝 웃고 있다.


새로운 형태의 가입자 증가=2000년대 후반기에 들어서는 사업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의 꾸준한 증가 속에 새로운 형태의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국민연금에 대한 호감도를 가늠할 수 있는 납부 예외자 인원이 줄어들기 시작했으며, 임의가입자 숫자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

우선 납부 예외자수가 눈에 띄게 감소했다. 지난 2007년 12월 510만여명에 이르기까지 증가했던 납부 예외자 수가 2008년부터 줄어들기 시작해 올해 8월 487만여명을 기록하고 있다. 납부예외자는 국민연금에는 가입했으나 실직, 사업중단 등으로 소득활동을 하지 않아 연금보험료가 부과되지 않는 사람으로 이들 숫자가 줄어든다는 것은 경기 회복과 함께 국민연금 납입 회피가 줄어든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와 동시에 임의가입자 수는 증가하기 시작해 지난 2007년까지 4만~5만명에 그치던 숫자가 지난해 말 14만명에 육박했다. 올해 8월에는 20만명에 이르렀다. 고령화가 가속화되면서 국민연금이 노후에 대비한 재테크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확대되면서 가입의무가 없는 가정주부까지 가입에 나서고 있다.



수급자 300만명 시대 개막=국민연금은 지난해 9월 수급자 300만명 시대를 열었다. 88년 제도 도입 22년 만에 수급자 300만 돌파에 이어, 23년 만에 가입자 2000만 시대를 맞게 되면서 그동안 우리나라에 안전한 사회보장망으로 자리잡았다는 평이다.

국민연금에 대한 비판과 비난이 난무했던 시절은 이제 과거의 역사가 됐고 현재는 국민연금을 든든한 노후소득원으로 자리잡게 됐다. 그 비결은 무엇보다도 일반 시중의 개인연금에는 없는 화폐의 실질가치를 항상 보장해 준다는 것이다. 매년 물가가 올라가면 올라간 만큼 연금액도 매년 올라간다. 또 국가가 지급을 보장하기 때문에 그만큼 안전하다. 저축은행 부실로 뱅크런이 일어나듯 그런 일은 없다는 말이다.

국민연금공단 전광우 이사장은 “국민연금은 노후준비의 기본으로 보다 많은 연금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가입기간을 최대한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공단에서는 올해 4월에 설치된 140개소 행복노후설계센터를 중심으로 고객 눈높이에 맞춰 국민연금을 알리는데 주력하고 있으며, 노후에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은 국민들이 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반기에도 소득신고자를 지속적으로 늘려나가고 있다”며 올해 안에 가입자 2000만명 시대를 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박도제 기자/pdj2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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