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세계 4위 규모 연기금 부상…기금운용 투명성 책임 강화
뉴스종합| 2011-10-26 12:22
국민연금이 가입자 2000만명 시대를 맞이할 수 있는 것은 국민의 노후생계 보장이라는 기본 역할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믿음이 국민연금기금을 300조원이 넘는 규모로 성장시켰으며, 300만명이 넘는 연금 수급자를 낳았다. 여기에 고령화 시대가 도래하면서 노후준비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베이비부머들의 은퇴와 맞물려 국민연금은 모든 국민의 효자상품으로 자리를 잡게 됐다.

그러는 동안 국민연금은 최근 세계 4위 연기금으로 도약해 글로벌 위상을 높였다. 2년 연속 두자릿수 수익률을 기록하는 등 기금운용 성과에 있어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또 독일의 소니센터, 영국 런던의 HSBC 타워와 같은 세계 유명 빌딩을 인수하면서 글로벌 연기금시장을 주도하는 플레이어로 성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 국민연금이 항상 박수를 받은 것이 아니었다. 투자 대비 수익률이 불투명한 부분에 대해서는 비난을 받기도 했으며, 늘어나는 기금을 바탕으로 국내 주식과 채권 중심으로 투자가 단행되면서 ‘연못 속의 고래’라는 우려를 낳기도 했다. 또 의결권 행사 강화 조짐에 관치금융이 될 수 있다는 의혹도 받았다.

특히 올해에는 기금운용 대행사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불거지면서 국민연금으로선 기금운용 투명성과 신뢰도에 상당한 상처를 입었다. 그동안 외부 감시 역할을 강화하면서 조직의 윤리성과 기금운용 투명성을 높여왔지만, 외부에서 요구하는 수위는 이를 훨씬 뛰어넘고 있었다.

결국 지난 7월 기금운용 혁신 태스크포스(TF)가 꾸려졌으며 ▷투자 시스템의 투명성 및 공정성 확보 ▷개인거래 제한, 전관예우 금지 등 내부통제 강화 ▷비리방지를 위한 처벌 및 인센티브 등 인력관리 시스템 개선에 중점을 두고 개선방안을 도출했다.

이번 사건을 둘러싸고 국민연금으로는 다소 억울한 점도 있었겠지만, 달라진 위상만큼이나 달라진 책임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성장통으로 이해할 수 있다.

국민연금에 요구되는 중장기 과제는 명확하다. 우선 오는 2060년으로 예상되는 국민연금 재정 고갈 시점을 늦추기 위한 기금운용에서의 보다 뛰어난 역량이 요구되고 있다. 지난해 기금운용 규모가 300조원을 넘어서면서 연금보험료로 거둬들이는 금액보다 기금운용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이 더 많아진 점도 기금운용의 중요성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기금운용이 수익성과 함께 안정성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함은 물론이다.

또 재정 고갈을 막기 위해서는 기금운용 역량 강화 뿐만 아니라 정책적인 논의도 함께 진행되어야 한다. 납부보험료 및 수급 연령을 상향 조정하거나 연금소득대체율을 하향조정하는 식의 정책적인 조율도 머지않은 미래에 필요할 수 있다.

국민연금이 보유한 주식에 대한 주주권 강화 또한 남은 과제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지금처럼 기계식으로 의결권을 행사하게 되면, 주주 이익을 끌어올리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국민의 재산을 늘리고 투자기업의 성장을 도모하는 방향의 의결권 행사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박도제 기자/pdj24@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