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재정위기와 미국 경제의 신용위험, 그리고 중국의 고물가와 성장둔화까지 겹치면서 3분기 국내 기업들의 실적이 크게 악화됐다.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예상밖 선전을 보인 곳을 찾기 힘들 정도다. 글로벌 경제불안으로 유동성 환경이 약화되는 가운데 실적까지 부진해 주가 부담은 더욱 무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2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6일까지 3분기 실적을 발표한 상장사 가운데 영업이익 증감률이 확인되는 85곳 가운데 47곳이 지난 분기보다 영업이익이 줄었다. 2곳이 영업이익에서 적자전환했고 1곳은 적자를 지속했다.
영업이익에서 환차손이나 이자비용 등을 뺀 순이익을 포함한 3분기 실적을 발표한 곳은 79곳인데, 8.9%인 7곳이 적자로 돌아섰고 42곳은 순이익이 지난 분기보다 감소했다. 적자이거나 줄어든 곳의 비율은 62%에 달했다. 적자기업 가운데는 대한항공(-5243억원), LG디스플레이(-6875억원), LG전자(-4139억원) 등 간판급 기업이 세 군데나 됐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삼성전자가 깜짝실적을 내서 전체 이익의 총량은 나쁘지 않겠지만, 종목 하나하나를 보면 걱정스러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더욱 문제는 앞으로 실적을 발표할 기업들에게서도 반가운 소식은 별로 많지 않다는 점이다. 증권사들이 실적 예측치를 내놓은 기업들 가운데 아직 실적을 공표하지 않은 154개 가운데 46%인 71개사의 영업이익이 2분기보다 줄어들 전망이다. 자산규모 2조원 이상의 기업 85개사 중 43개사(50.6%), 2조원 미만의 69개사 중 28개사(40.6%)의 실적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사의 평균전망치를 보면 하이닉스(IFRS 연결기준, -2318억원), 한국가스공사(-723억원), STX팬오션(-189억원), LG이노텍(-194억원), 한진중공업(-81억원), 베이직하우스(-14억원) 등이 영업적자 전환 후보군이다.
특히 대표 수출업종인 철강과 조선이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동국제강 영업이익은 2분기 1764억원에서 3분기 173억원으로 10분의 1로 줄어들 전망이다. 현대제철은 31.4% 줄어든 2853억원으로 예상됐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의 영업이익은 각각 28.9%, 27.7% 감소한 2188억원, 2450원으로 예측됐다.
금융업종도 예외가 아니다. 외환은행의 연결기준 3분기 순이익은 전분기의 5분의 1에 불과한 2216억원으로 추정된다. 우리금융과 KB금융의 순이익은 각각 37.6%, 21.8% 감소할 것이 유력하다.
한진해운의 영업적자는 2분기 1703억원에서 3분기 665억원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전분기보다 영업이익이 60% 이상 증가할 것으로 기대되는 종목으로는 녹십자, 현대산업, SK이노베이션, 오리온, S-Oil, 삼성물산, 이마트, 아시아나항공, 락앤락 등이 꼽혔다.
홍길용 기자/ky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