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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의 ‘희망 서울’ 힘찬 START
뉴스종합| 2011-10-27 11:47
‘순박할 박(朴), 으뜸 원(元), 순박할 순(淳): 으뜸으로 순박하다.’

가끔 이름이 한 사람의 삶을 대변하기도 한다. ‘박ㆍ원ㆍ순’ 이름 석 자는 글자에서부터 왠지 순박한 느낌이 든다.


선되자마자 박원순 신임 서울시장은 27일 오전 6시30분 노량진수산시장을 방문한 다음 지하철을 타고 시청으로 출근했다. 당선되면 다음날 바로 서울시청으로 가서 서민들의 월동 준비부터 돌보겠다는 약속을 지킨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시민운동가 출신이 정치권의 핵심 자리에 첫발은 내디딘 순간이기도 했다.

박 시장의 55년 인생을 관통하는 단어는 ‘순박’이다.

1956년 경남 창녕에서 한 평범한 농부의 여섯째 아들로 태어난 그는 “네 입에 밥 들어갈 때, 다른 사람 입에도 밥숟가락 들어가는지 살펴라”라는 어머니의 말씀을 늘 간직했다.

자신의 영달보다 사회와 어려운 사람들을 먼저 생각하고자 했다고 한다. 그래서 가진 돈을 전부 사회에 기부하고 부인 강난희(54) 씨에게 살림살이를 맡겼다. 선관위에 신고한 재산은 ‘마이너스(-) 3억7278만6000원’이었다. 부인의 인테리어 사업은 선거전에서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인터넷에 공개된 그의 낡은 구두처럼 박 시장의 순박한 모습은 시민들의 환호로 이어졌다.

박 시장은 우리나라 시민운동의 역사다. 성공한 변호사의 길을 걷던 박 시장은 고(故) 조영래 변호사의 죽음 이후 시민운동이라는 새로운 길로 눈을 돌린다.

그는 외국 유학에서 돌아와 94년 참여연대 설립을 주도했다. ‘생활 최저선’이라는 개념을 도입해 국민기초생활보장법ㆍ상가임대차보호법 등을 입법화하는 데에 공을 세웠다.

2000년에는 아름다운재단을 설립한 이후 아름다운가게(2006년)ㆍ희망제작소(2006년) 등을 잇달아 만들어 ‘여러 문제 연구소 소장’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그는 사회 변화에 대한 열정을 마음속에 품고 살았다.

주위에서 지켜본 지인들은 박 시장이 순박하지만은 않다고 한다.

그는 누구 못지않게 꼼꼼하다. 한 다이어리회사의 표지 모델을 했을 정도로 메모광으로 유명하다. 그의 왼쪽 가슴엔 언제나 볼펜이 꽂혀 있어서 어떤 것이든 틈만 나면 수첩에 적는다. 밑바닥 구석구석을 살필 수 있는 적임자라는 평가도 받는다.

또 시민운동가이면서도, 아름다운재단이라는 기부단체를 전국적인 조직으로 만드는 사업 수완을 발휘하기도 했다.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박 시장이 대통령 다음으로 많은 인구를 책임지는 ‘넘버 2’ 행정가의 중책을 맡는다. 슬로건은 ‘시민의 삶을 바꾸는 첫 번째 시장’이다.

하지만 인구 1000만의 수도 서울은 대한민국 GDP의 40%가 집중된, 세계적 규모의 거대 도시이며 계층별ㆍ지역별 이해관계가 난마처럼 복잡하게 얽힌 현안들이 산재해 있다. 복마전이라는 오명을 오랫동안 벗지 못했다.

비판하는 자에서 비판받는 위치에 오른 박 시장은 기성 정치와는 전혀 새로운 대안으로 기대되는 한편, “현실정치와 행정이 만만하냐”는 질시도 동시에 받고 있다. 박원순의 ‘희망서울공화국’을 기대해본다.

양대근 기자/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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