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ㆍ26 재보궐 선거가 끝났지만 야권의 내년 대선 잠룡들의 표정이 썩 좋아보이진 않는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와 문재인 노무현 재단 이사장은 쓰린 상처를 부여잡고 앞으로 행보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손 대표는 박원순 야권단일 후보의 승리로 큰 고비는 넘겼지만, ‘절반의 승리’라는 평가가 나온다. 어찌됐든 지난 4ㆍ27 분당을 보궐선거에 이어 이번 선거에서도 승리, 수도권 영향력이 재확인됐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탄탄한 조직력이 박 후보 승리의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는 사실도 손 대표의 입지를 더욱 강화해주고 있다.

반면 이번 승리는 ‘상처뿐인 영광’이란 견해도 있다. 민주당이 후보를 내지 못한 ‘책임론’에서 벗어날 수 없고, 이번 선거가 ‘박근혜대 안철수’ 구도로 치러지면서 손 대표의 입지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득실이 어떻든 이번 승리로 손 대표의 활동공간이 넓어졌다는 사실만은 분명해보인다. 야권 단일후보가 승리하면서 손 대표가 취임 직후부터 ‘지상과제’라고 천명해 온 야권대통합의 추동력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 대표의 상황이 여전히 녹록지 않다. 무엇보다 안 원장은 대중들의 폭넓은 지지를,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친노(친노무현) 진영의 견고한 지원을 받고 있지만 손 대표는 내세울만한 뚜렷한 지지기반이 없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 여기에 박 후보와 안 원장을 중심으로 한 시민사회 진영이 기존 정치권에 염증을 느낀 국민들을 등에 업고 제3의 정치세력으로 급부상, 통합의 주도권을 쥔다면 손 대표의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문 이사장 역시 불편하다. 내년 총선서 야권 돌풍을 위해선 교두보 마련이 절실했지만 이해성 후보의 부산 동구청장 낙선으로 인해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문 이사장은 선거운동 기간 내내 부산 동구지역에 상주하다시피했다. 본인이 정치행보를 이번 선거운동을 통해 개시를 했기에 동구청장 선거는 문 이사장 본인의 잠재력을 확인하는 무대이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문 이사장 측은 막판까지 초접전 양상이라고 판단하고 내심 승리까지 기대했지만 이 후보는 36.6%의 득표율에 그쳤다.

특히 부산저축은행 사태, 동남권 신공항 유치 실패 등 야권으로선 호재들이 있었음에도 이 정도 득표에 그친 것은 PK지역 내에서 문 이사장의 정치적 역량이 아직까지는 크지 않다는 점을 시사하기도 한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이 지역을 단 두 차례 방문했다는 점과 비교해볼 만하다.

비록 데뷔 무대는 신통치 않았음에도 문 이사장의 통합 행보는 멈추지 않을 전망이다. PK 지역에서 민주당 간판으로는 한계를 절감했기에 어떤 형태로든 야권 대통합을 성사시켜 민주당의 호남 지역색을 완화하는 것이 지상과제임을 재확인했기 때문이다. 문 이사장을 중심으로 한 친노세력 및 장외의 ‘혁신과 통합’ 등의 행보가 더욱 바빠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박정민ㆍ서경원 기자@wbohe>boh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