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기사
한국증권 ‘오묘한 증자’…“주가 희석효과 없을 것”
뉴스종합| 2011-10-28 11:22
모기업이 CP 5000억 발행

자본계정 변화없는 차입방식



‘증자를 안 한 것도 아니고, 한 것도 아니고.’

한국증권이 지난 27일 발표한 7300억원의 유상증자 계획에 증권사들의 감탄사가 나오고 있다. 금융지주 형태의 지배구조 덕분에 자회사이자 비상장인 한국증권 입장에서는 유상증자이지만, 모기업이자 상장사인 한국금융지주는 증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한국금융지주를 통해 한국증권에 투자하는 투자자에게 이번 증자로 인한 주가 희석 효과가 없는 셈이다.

이유는 이렇다. 7300억원의 증자대금 가운데 5000억원은 기업어음(CP)을 통한 차입이다. 즉 한국증권 입장에서는 7300억원의 자본이 유입되지만, 한국금융지주 입장에서는 보유 중인 현금 2300억원을 한국증권 주식으로 바뀐 것과 단기차입금 5000억원이 늘어난 것뿐, 자본계정의 변화는 없다. 얼핏 조삼모사(朝三暮四)의 ‘꼼수’로 금융위원회 뒤통수를 친 듯 보이지만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 금융위가 제출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에서는 종합금융투자업자를 위한 자본금 한도가 3조원 이상이라고 했을 뿐, 증권사인 모기업인 금융지주회사에 대한 자본 규제는 없다.

이 같은 방법의 또 다른 장점은 자본 운용의 부담이 적다는 점이다. 보통 증권사 주주들이 요구하는 자기자본수익률(ROE)은 10~15%에 달한다. 즉 ‘진짜’ 유상증자라면 연 10~15%의 수익을 내줘야 주가 희석이 발생하지 않는다. 한국증권이 받은 증자대금의 기대 수익률은 그보다 낮을 수 있다. 현금계정에 있던 2300억원은 기껏해야 연 4~5%가량의 이자만 나오던 돈이다. 5000억원의 차입비용인 CP 발행금리도 비슷하다. 연간 300억원 안팎이다. 한국증권에 출자한 7300억원이 연간 5% 이상만 벌어준다면 남는 장사다.

90일 만기의 단기차입인 CP로 장기운용자금인 증권사 자기자본을 충당했다는 점에서 자칫 만기 불일치의 위험을 우려할 수 있다. 하지만 자본시장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증자대금이 무수익자본(idle money)이 될 경우 곧바로 회수할 명분이 된다. 이자비용을 감당 못해 빚 갚으려고 감자한다면 금융 당국도 뭐라 말릴 명분이 없다. 사실 한국증권 입장에서 자본시장법 개정안 국회 통과와 프라임브로커 업무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면 CP 발행보다는 장기회사채를 발행하는 게 비용 면에서 더 나은 선택일 수도 있었다.

홍길용 기자/kyhong@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