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아웃렛
안방마저 뺏긴 지방소주…눈물의‘빈 잔’
뉴스종합| 2011-10-31 11:09
소주시장 호황이라지만

빅2 싸움에 고사위기

지방 6개사 출고량 급감

부산 대선주조 35%나 줄어

충북소주 등 3곳 매각

보해양조 61년만에 새주인



지방 소주의 수난 시대다. 소주 폭탄주가 유행하면서 소주 시장이 호황이라지만 지방 업체엔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다. 대다수 지방 소주사는 오히려 시장점유율이 하락했다. 경영난 때문에 주인이 바뀐 곳도 한둘이 아니다.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의 소주 전쟁이 전국으로 확전되면서 그 불똥이 지방 업체로 튀었기 때문이다. 올 들어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말이 부쩍 많아진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추락하는 지방 소주의 점유율=주류업계에 따르면 8개 지방 소주사 가운데 무학(경남)과 선양(대전ㆍ충남)을 제외한 6개사는 올 1~7월 소주 출고량이 일제히 감소했다. 부산에 연고를 둔 대선주조는 같은 기간 출고량이 266만8000상자(1상자 360㎖ 30병)로 전년 대비 34.6%나 줄었다.

충북에 본사가 있는 충북소주도 7.1% 감소한 82만5000상자에 그쳤다. 금복주(대구ㆍ경북)는 3.9% 빠진 519만6000상자, 보해양조(전남, 362만8000상자)와 보배(전북, 72만1000상자) 역시 1년 새 3.8%, 3.7%씩 줄었다. 제주의 터줏대감인 한라산(78만2000상자)도 감소폭이 1.1%였다.

출고량이 줄어든 데 발맞춰 지방 업체의 시장점유율도 일제히 뒷걸음질쳤다. 대선주조는 지난해 6.4%이던 시장점유율이 올핸 4.2%로 미끄러졌다. 2010년 8.5%이던 금복주는 점유율이 8.1%로 후퇴했다. 보해양조도 5.9%에서 5.6%로 낮아졌다. 특히 충북소주, 한라산, 보배의 경우는 시장점유율이 1.1~1.3%를 기록하며 사실상 바닥권으로 내려앉았다.

지방 소주사 중 일부는 자도주의 점유율이 절반을 밑도는 경우도 있다. 사실상 자신의 안방조차 경쟁사에 빼앗긴 셈이다. 주류업계 한 관계자는 “주정배정제와 지방주 50% 판매의무 제도가 철폐된 뒤 지방 소주사의 경쟁력이 추락하고 있다”며 “막강한 자금과 유통망을 앞세운 메이저급 소주의 마케팅 공세가 지방 소주 시장의 잠식 속도를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주인 줄줄이 바뀌는 지방 소주=지방 소주사가 존폐의 기로에 섰다. 공장 가동률이 60%를 밑도는 지방 소주사가 한둘이 아니다. 재벌기업들이 지방 소주사의 안방까지 공략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자금력을 앞세운 재벌 소주의 마케팅 공세에 맞서기 위해 무리하게 유통망을 확대했다가 경영난에 빠진 지방 업체도 많다.

이 같은 이유로 주인이 바뀐 지방 소주사가 올해만 무려 3곳에 달한다. 지방 소주업체가 모두 8곳인 점을 감안하면 대략 40%가 주인이 바뀐 셈이다. 충북에 텃밭을 둔 충북소주는 지난 3월 롯데칠성이 350억원에 사들였다. 소주 면허 완화 뒤 시장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4~5년 뒤를 감당할 수 없다는 게 충북소주 측이 회사를 매각한 이유다.

부산 소주 시장의 안방마님인 대선주조도 지난 4월 비앤그룹에 팔렸다. 대선주조는 이에 앞서 2004년 신준호 푸르밀 회장과 2007년 사모펀드 등에 연달아 매각되는 등 7년 새 주인이 3번이나 바뀌었다. ‘잎새주’로 유명한 호남의 향토기업 보해양조도 지난 9월 경영권이 주정업체인 창해에탄올에 넘어갔다. 보해양조의 주인이 바뀌기는 61년 만에 처음이다. 매각 이유는 역시 경영난이다.

이에 대해 주류업계 관계자는 “1997년과 2004년 보배와 선양이 경영난을 이유로 주인이 바뀐 적이 있지만 올해처럼 몇 개월 새 3개 업체가 한꺼번에 매각되기는 처음”이라며 “지방 소주 시장이 치킨게임 양상을 보이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최남주 기자/calltax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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