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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검찰’ 오명만 남긴 한명숙 수사
뉴스종합| 2011-11-01 08:47
1년 3개월 동안 5차례의 공판준비기일과 23차례의 공판 그리고 172쪽에 달하는 판결문. 기록이 말해주듯 검찰과 한명숙 전 총리 측은 그 어느때보다 치열한 법정싸움을 이어갔다. 그러나 그 결과를 두고는 ‘법과 원칙’ 대신 ‘정치적’이라는 비판만 남았다.

한명숙 전 총리는 지난 31일 법원으로부터 무죄판결을 받고 “정치검찰에 대한 유죄”라고 비난했다. 검찰은 법원이 ‘주관적 판단’을 했다고 분노했지만 법원은 “판결은 판결일 뿐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지 말라”고 일갈했다.

궁지에 몰린 검찰은 즉각 항소할 뜻을 밝혔지만 앞길이 순탄치만은 않아 보인다. 검찰은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으로부터 5만 달러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한 전 총리를 법정에 세웠지만 지난해 4월 무죄판결로 일단락됐다. 한 사람을 연달아 두 번 수사하고 기소하는 총력전을 벌이고도 연이어 두 번 패배한 상처는 결코 가볍지 않다. 검찰은 스스로 혐의 입증을 자신해온 만큼 내부적으론 수사 자체에 대한 실망감과 외부의 싸늘한 시선까지 이겨내야 할 처지다.

무엇보다 ‘5만 달러 뇌물수수’사건과 이번 ‘9억원 불법정치자금’사건이 돈을 줬다는 측의 입에서 출발해 그 입에 의존한 면이 크다는 점에서 검찰이 무리한 수사를 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검찰은 당초 한 전 대표가 불법 정치자금을 건넸다고 자발적으로 진술하면서 수사에 속도를 냈지만 2차 공판에서 “돈을 준 적이 없다”고 180도 말을 바꾸면서 혼란을 겪었다. 5만 달러 뇌물사건 때 곽 전 사장의 세부진술이 오락가락하면서 결국 무죄로 끝난 쓰라린 기억이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검찰은 한 전 대표의 뒤바뀐 진술을 극복할 채권회수 목록, 달러 환전 내역 등 증거확보에 나섰지만 법원의 인정을 받진 못했다.

무죄를 선고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 김우진 부장판사는 “아직도 한 전 총리에게 건네졌다는 돈의 행방은 알 수 없고 한 전 총리 측이 공소사실에 대해 확실히 해명하지 않은 측면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입증 책임은 검찰에 있다”고 말했다. 즉, 9억원의 돈이 한 전 총리와 전혀 관련이 없다고 판단한 게 아니라 확실한 관련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로, 김 부장검사가 “형사소송법에서 요구하는 정도의 입증에 이르는 데 실패했다”고 말한 것은 이 같은 의미다.

따라서 검찰은 혐의를 입증할 새로운 증거를 찾는 것은 물론 기존에 제시한 증거를 좀더 정교하게 다듬어, 한 전 대표가 만든 9억원의 비자금이 한 전 총리에게 건네졌다는 주장을 입증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김우영 기자/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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