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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금·보조금은 역시 눈먼 돈?
뉴스종합| 2011-11-02 11:28
공공기관 21곳 이중지원 받아

출연금 규모 3조 5800억

사후통제는 사실상 불가능


“재정부 장관 인정땐 예외”

관련 규정도 이현령비현령

몇몇 공공기관들이 여전히 법적 근거가 취약한 상태에서 출연금과 보조금을 동시에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해 예산안이 국회에 제출될 때마다 출연금과 보조금을 같이 받아가는 공공기관의 문제가 지적돼 왔지만 올해도 시정되지 않은 것이다.

2일 기획재정부와 국회에 따르면 내년 정부 지원 예산안에서 공공기관 21곳이 출연금 3조5852억원과 보조금 9889억9600만원을 동시에 받는다.

법적으로 보면 정부는 출연금을 받는 기관에 대해서는 별도의 보조금을 지급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 단 기획재정부 장관이 사업수행상 불가피하다고 인정할 때는 예외로 한다. 이는 출연금과 보조금의 이중지급을 막기 위한 조치라는 게 국회예산정책처의 설명이다. 



출연금은 법에 따라 설치된 연구기관, 기금, 공단 등에 특정목적을 위해 정부가 지급하는 돈이다. 이들 기관의 운영에 필요한 출연금은 용도가 지정돼 있지 않아 기관들이 재량껏 쓸 수 있고 관리감독도 사실상 받지 않는다. 쓰고 남은 돈의 정산도 필요없다. 사후 통제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반면 보조금은 반드시 용도가 지정되며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사후정산을 하고 잔액은 반환해야 한다. 때문에 공공기관 입장에서는 보조금보다 출연금 형태로 정부 지원을 받는 게 편하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내년에 출연금과 보조금을 동시에 받는 기관은 강원대학교병원, 서울대학교병원, 서울대학교치과병원, 교육학술정보원, 교통안전공단, 국립암센터,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재외동포재단, 소상공인진흥원, 중소기업유통센터, 창업진흥원, 에너지관리공단, 정보통신산업진흥원, 한국가스안전공사, 한국광해관리공단,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한국산업기술진흥원,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한국산업단지공단, 한국정보화진흥원 등이다.

예산정책처는 “국립대병원과 정보통신산업진흥원, 한국산업단지공단, 재외동포재단 등은 개별 근거법에 출연금과 보조금을 동시에 받을 규정이 있지만, 나머지 기관들은 출연금과 보조금을 동시에 받지 못하도록 한 법률의 취지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예산정책처는 “일반적으로 출연금은 집행할 때 재량권이 상대적으로 크게 보장되고 일단 출연금으로 편성된 예산은 집행 후 사후 통제를 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에 출연금으로 편성한 사유에 대한 정보가 투명하게 제공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획재정부 장관이 인정한 경우 예외로 한다’는 규정에 대해서도 예산정책처는 “예외라는 게 어떤 건지 명확하지 않다”며 “예외를 둘 만한 사유에 대한 설명이 없으니까 사업수행상 정말 불가피한지 검토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재정부 관계자는 “처음에는 관리가 엄격한 보조금 형태로 지급하다가 일정 기간이 지나면 출연금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보조금과 출연금의 이중 지급이 생길 수 있다”며 “법적으로는 특별히 문제가 될 게 없다”고 말했다.

신창훈 기자/chuns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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