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부패 종합판…박태규 입은 끝내 못열었다
뉴스종합| 2011-11-02 11:27
피조사자만 3300여명

기소자도 117명 달해 최대

고위공직자까지 연루의혹

잔여수사는 합수단으로

대검 중수부가 지난 3월부터 무려 8개월 동안 대대적인 수사를 진행한 부산저축은행 비리 사건은 ‘부정부패의 종합판’으로 요약된다. 대주주·경영진의 불법대출과 횡령 수준을 넘어 은행 구명을 위한 퇴출 저지 로비에 동원된 브로커의 마수에 고위공직자까지 걸려들어 권력비리의 행태도 띠었다. 검찰은 이번 수사가 저축은행업계의 구조적 비리를 발본색원하기 위해 금융감독·회계감사 시스템 정비 등 입법적 개선의 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고위 정관계 인사의 연루 의혹을 추가적으로 밝혀내지 못한 검찰 수사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엄존한다.

3300여명 조사, 9조원대 금융비리 확인=검찰은 이번 수사에 133명의 검사·수사관을 투입했고, 피조사자 3300여명(이하 연인원), 기소자도 117명에 달해 단일 사건으로는 최대 규모의 금융비리 수사라고 설명했다.

불법대출에 관여한 박연호 회장 등 대주주와 임원 20명을 기소했으며, 부실 투성이였던 부산저축은행 유상증자에 삼성꿈나무장학재단과 포스텍이 참여토록 한 장인환 KTB자산운용 대표를 불구속기소하는 등 경영진·공직자 등 모두 76명(구속 42명)을 재판에 넘겼다.

구속된 인사엔 이 은행에 정책적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돈을 받은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 은진수 전 감사원 감사위원, 김광수 전 금융정보분석원장 등 고위층이 포함됐다. 서민의 쌈짓돈을 화수분 삼아 은행은 몸집을 불렸고, 이후 경영이 악화됐을 때엔 고위층 로비를 위해 역시 서민의 돈을 뿌린 셈이다.

검찰은 이번 수사에서 대주주 신용공여 등 불법대출 규모가 6조300여억원이며, 분식회계도 3조원대에 달해 부산저축은행의 경제비리 규모는 9조원을 넘긴 것으로 추산했다.

1조원대의 책임·은닉재산 확보로 서민 피해 일부 보전=검찰은 수사 초기부터 서민 보호에 역점을 둔 결과 부족하나마 부산저축은행 대주주 등이 갖고 있던 1조원대의 책임·은닉재산을 확보했다. 어쩌면 이번 수사의 가장 큰 전과일 수도 있다. 박 회장 등 경영진과 SPC가 보유한 자산은 9741억원(금융자산 954억원ㆍ부동산 8749억원ㆍ동산 38억원)으로, 수사팀이 끈질긴 추적 끝에 찾아낸 것이다. 아울러 대주주 등이 차명으로 보유한 금융자산 520억원, 부동산 46억원, 동산 88억원 등 총 654억원 은닉재산도 확보했다.

검찰은 이를 예금보험공사에 통보해 보전조치하게 했으며, 향후 이번 사태로 인해 피해를 입은 서민에게 돌려주게 된다. 검찰은 이날 발표가 최종 수사 결과 형식을 띠고 있지만 종료되지 않은 부분은 계속 수사해 내년 초까지의 수사 상황을 정리해 ‘수사백서’도 낼 계획이다.

▶끝내 열지 못한 박태규의 입(?)=이번 사건이 권력형 게이트로 비화할 것이라는 관측은 거물 로비스트 박태규(구속기소)의 존재가 알려지면서 설득력을 얻었지만, 검찰의 수사가 이런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 점은 아쉽다. 박 씨가 5개월에 걸친 도피행각 끝에 지난 8월 말 자진귀국할 때만 해도 판도라의 상자가 열릴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김 전 수석을 엮어내는 선에서 그쳤다.

정치권에선 정·관계 유력인사와 박 씨 간 커넥션을 강하게 주장했으나, 박 씨가 추가적인 진술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검찰은 더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것이다. 이 때문에 입에만 의존하는 검찰의 수사 관행을 두고 정치권과 여론의 질타는 계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홍성원 기자/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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