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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고용 두 축이 흔들린다...30대그룹 ‘100-10클럽’ 깨질라
뉴스종합| 2011-11-03 10:32
G20정상회의 참석차 프랑스로 간 이명박 대통령이 칸에서 지구촌을 향해 호소했다. “기업 투자와 고용을 확대해야 (글로벌경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그런데 국내기업까지 겨냥했음직한 이 말이 재계에는 착잡하게 들릴 수 밖에 없다. 투자와 고용 두 축이 모두 한계상황에 이른 느낌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기 위축, 널뛰기 환율, 기업 채산성 악화에다 서울시장 재보선 후폭풍과 내년 대선이라는 정치적 변수까지 겹쳐 기업 경영은 어느 때 보다도 불투명해 보인다. 기업들은 어쩔 수 없이 ‘긴축모드’에 돌입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2012년 투자는 15~20%, 고용은 10% 정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는 게 10대그룹 재무ㆍ인사 쪽 담당자들의 공통된 관측이다.

우리 경제를 지탱하는 두 축, 투자와 고용이 흔들리는 조짐은 확연하다. 재계 발(發) 투자ㆍ고용 위축 경계령이 곧 발동될 상황이다. 저 마다 ‘위기 속 공격경영’을 외치지만, 실제 들여다 보면 그럴 만한 여력이 있는 기업은 삼성이나 현대차 외에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게 재계의 일반적인 견해다.

전경련이 매출액 기준 600대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11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도 96.4로, 전달의 101.4에 비해 5포인트나 하락했다. 유럽 및 미국의 재정위기로 인한 세계경제 더블딥 우려가 여전한 데다 ‘세계의 공장’이라는 중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등 대외여건의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어 기업들을 더 짓누른다.

전경련 이승철 전무는 “기업 수주 물량은 아직은 별 변동이 없어 보이지만 수익성 악화는 해결해야 할 발등의 불”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내년 경영 위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걱정”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투자와 고용의 ‘100-10(100조원 투자ㆍ10만명 고용) 클럽’이 무너질까 우려하고 있다. 올해 30대그룹의 투자는 지난해보다 14.3% 늘어난 114조8000억원(추정), 고용은 12.7% 증가한 12만4000명(추정)에 달한다. 올해는 어찌어찌해 ’‘100-10 클럽’ 가입이 확실해 보이지만 내년에는 장담하기 어럽다.

10대그룹 임원은 “올해는 기업들이 공격경영을 한데다가 정부의 동반성장 요청 등으로 투자와 고용을 능력 범위 밖으로 늘린 측면이 있지만 내년에는 그렇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대내외 경영환경 악화와 정치적 지각변동이 큰 상황에서 올해 만큼 공격기조를 지속할 기업은 삼성 등 일부를 제외하곤 사실 없다는 뜻이다.

이럴 경우 ‘투자강화→신성장동력 창출→고용확대→수익성 강화→투자강화’의 선순환 사이클이 깨지면서 산업계는 저성장시대의 고통을 감수할 수 밖에 없어 보인다. 투자와 내수, 고용 동반부진하에 내년 우리 성장률이 3% 중반을 지키기도 힘들 것이라는 관측도 흘러 나온다.

겉으론 내년 경영은 아직 크게 흔들리는 기미는 없다. 삼성전자는 시장지배력 강화를 위해 반도체, 스마트폰 등에 대한 투자를 오히려 공격적으로 높여 잡았다. 구본무 LG 회장도 “어렵다고 투자나 고용이 위축돼선 안된다”고 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최상위권 기업들의 얘기다. 삼성을 빼면 LG 현대차 등 대부분 기업들이 ‘마른 수건을 짜는 경영’을 준비하고 있다.

수익성 악화로 포스코나 현대제철 등 철강업계는 내년 투자를 줄이겠다고 이미 공언했다. 태양광 등 신성장동력 창출에 전력을 기울여왔던 LG화학, 현대중공업 등도 투자 속도조절 타이밍을 보고 있다. 제약업계는 최근의 약가 강제인하 조치에 반발해 아예 신약개발 투자를 접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그나마 선전하던 중국경제 경착륙이 예고되면서 수출기업들도 돌연 몸을 사리면서 재계 투자분위기를 싸늘하게 만들고 있다.

30대그룹 임원은 “기업 경영 상 손해보고 장사를 할 수 없지 않겠느냐”며 “불황기를 노려 시장지배력을 강화하려는 일부 기업만 빼고는 최대한 보수적으로 경영하면서 미래먹을거리는 준비하는 한해를 보낼 것”이라고 전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정치적 변수가 큰 현실에서 포퓰리즘 리스크도 기업경영을 옥죄는 변수”라며 “재계발 투자ㆍ고용 위축 경계령을 극복할 기업 스스로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기업경영이 잘못되면 국가경제가 다시 추락할 수 없다는 점에서 정치권의 대승적 지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영상ㆍ도현정 기자 @yscafezz>

ys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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