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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총동창회 “15만원짜리 동문 인명록 꼭 사라” 압박
뉴스종합| 2011-11-03 08:46
서울대학교 총동창회가 무리한 장학금 모으기로 졸업동문들 사이에서 빈축을 사고 있다.

총동문회가 내년 2월 인명록 발간을 앞두고 졸업 동문들에게 인명록 구입여부를 조사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일방적으로 구입을 강요하고 가격 역시 15만원으로 터무니없이 높기 때문이다.

서양사학과를 졸업한 김모(31)씨는 “얼마전 총동문회에서 전화가 와서 주소, 전화번호 등을 확인하고는 내년 2월 인명록이 제작되는데 보내줄테니 15만원을 내라고 했다”면서 “너무 비싸다고 항의하니 재학생들을 위한 장학금이 포함됐다며 구입의사도 묻지 않고 일방적으로 명세서를 보내겠다고 해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이런 불만은 서울대 커뮤니티 사이트인 ‘스누라이프’에도 줄줄이 올라오고 있다. 필명을 숨긴 한 졸업생은 “총동문회에서 4번이나 전화가 와서 공문을 보냈다며 돈을 내라는데 공문을 다시 보니 가격은 빠진 상태였다”면서 “후배들 장학금 모금이라고 하면 그냥 낼 돈인데 왜 이렇게 꼼수 부려가면서 돈을 거두려고 하는 지 모르겠다”며 불쾌감을 나타냈다.

이 글엔 “전화로 배달받겠냐는 의사만 묻고 끊어버리더니 15만원을 내야 하는 것이었냐”부터 “사기당한 기분이다. 빨리 취소해야 겠다”, “학교에 정이 떨어진다” 등의 댓글이 이어졌다.

이에 대해 총동창회 측에서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강하게 부정했다. 김종준 총동창회 기획관리부장은 “업무대행을 맡긴 대행사 측의 업무 미숙에 의한 일”이라며 “절대 강압적으로 인명록 구입을 조장한 적이 없다”며 완강히 부인했다.

다만 그는 “본래 인명록의 원가가 4만~5만원이고 여기에 1년간의 출판비용을 추가하면 8만원 안팎의 비용이 발생한다. 이 비용을 뺀 금액은 모두 장학금으로 쓰인다”면서 “장학금 명목이 포함됐을 뿐만 아니라 인명록을 사는 사람도 많지 않기 때문에 수익상 가격을 높게 책정할 수 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적극적으로 졸업 동문들에 대한 재학생 장학금 모금이 이뤄지면서 일부에서는 학교 측이 내년 법인화를 앞두고 줄어들 장학금 재정을 메우기 위해 동문들로부터 장학금을 걷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서울대 총동문회가 학교에 지원하는 장학금은 외부장학금 중 상위 10위내 해당할 정도로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서울대 총동문회는 올해 10억원 가량의 장학금을 냈으며 내년에는 이 금액을 30억원으로 늘릴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지난 6월엔 학교 측이 서울대 로고나 상징물을 사용하는 대학 동문 병ㆍ의원들에 대해 일방적으로 사용료 징수 결정을 내려 동문들로부터 큰 반발을 일으켰고 결국 중단된 바 있다.

<황혜진 기자 @hhj6386>

/hhj6386@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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