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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능 측정기 들고 마트 가는 엄마들...왜?
뉴스종합| 2011-11-03 10:08
지난 1일 서울 노원구 월계2동 주택가에서 방사능 수치가 시간당 3000n㏜(나노시버트)로 주변 보다 높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서울 주택가에 방사능 오염 지역이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세상에 알린 주인공은 평범한 부모들이었다. 바로 “방사능으로부터 우리 아이들을 지키겠다”며 지난 7월 발족한 온라인 모임 ‘차일드세이브(http://cafe.naver.com/save119)’ 회원인 엄마 아빠들이다.

방사능 측정기를 휴대하고 있던 지역 주민이 신고한 것으로 각종 언론에 보도됐지만 사실 두차례의 현장 답사와 사전 측정까지 거친 차일드세이브 회원들의 치밀한 조사에 따른 결과였다. 월계동 인근에 살고 있는 회원의 제보로 차일드세이브에서 환경운동연합과 1,2차 현장 측정을 진행했고, 충청도에 살고 있는 회원 백모(42)씨가 핵종분석기를 동원해 더욱 정확한 방사능 수치를 측정한 후 119에 신고를 하게 된 것. 차일드세이브의 엄마 아빠들이 수고를 자처하는 이유는 단 한가지다. “우리 아이들에게 방사능 위험 시대를 물려줄 수 없기 때문”이다. 



차일드세이브는 지난 7월23일 개설된 이후 현재까지 회원수만 2600여명에 달한다. 이들은 100만원을 훌쩍 넘는 방사능 휴대용 측정기로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의 방사능 수치를 매일 측정해 ‘방사능 수치와 분석’ 게시판에 올린다. “대구 아침 9시30분부터 20분간 cpm평균 161. 거의 100대에서 200대 초중반 입니다”, “서울 상계동 오전 1시간 평균 방사선 측정치가 0.173u㏜(마이크로시버트), 평균 cpm갯수는 3638개 나왔습니다” 등 전국에서 각 지역의 구체적인 방사능 수치가 매일 업데이트 되는 셈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울진민간환경감시단체에 식품방사능 분석을 의뢰해 1차 결과를 얻기도 했다. 이를 위해 회원들이 십시일반 모금활동을 벌여 연구 의뢰비 300여만원을 마련했다. 단체에 의뢰한 검사는 요오드나 세슘 등 일반적인 방사능 물질 이외에 식약청에서 검사하지 않고 있는 스트론튬에 대한 검사다. 국내산식품 뿐만이 아니라 일본수입식품의 방사능 분석도 진행할 계획이다.

차일드세이브 카페를 개설자인 주부 전선경(43ㆍ여)씨는 “원전위험이 축소되고 은폐되는 게 많다. 일본 원전 사고 이후 해결된 것이 전혀 없는데도 우리나라는 무대책 무방비 상태다. 방사능에 노출되면 아이들이 가장 많은 피해를 입게 된다. 이를 방지 하기 위해 방사능의 위험성을 제대로 알리고자 모임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전씨는 “우리나라는 스트론튬 검사를 하고 있지 않다. 식약청도 요오드나 세슘 검사만 할 뿐 핵심적인 넵투늄, 스트론튬 이런 검사를 하지 않는다. 게다가 일본산 수입식품에 대해선 찍기식 검사인 건수검사를 할 뿐이다. 불안감이 커질 수 밖에 없다”며 “이 때문에 원자력에 대해 무지하던 주부들이 핵종 공부를 하며 방사능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분석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는 인체에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차일드세이브는 앞으로도 방사능 위험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활동을 넓혀갈 계획이다. 전씨는 “학교에 직접 제작한 자료를 보내서 방사능 노출 방지를 위해 아이들 급식을 준비할 때 어떤 점을 조심해야 하는지 등을 알리기도 했다. 실제 우리 애들이 다니는 학교에서는 급식 교사가 수산물을 식초나 소금에 절이거나 미지금한 물을 이용해 세척해달라는 우리의 요구사항을 실천해주고 계신다”며 “이런 작은 결실들도 보이고 있다. 궁극적인 바람은 일본산 수입 금지하는 것이지만 그전에 트위터나 블로그 등 여러방법을 통해 방사능의 위험성을 널리 알리겠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ssujin84>

sjp1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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