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텔레매틱스 서비스 하나면 자동차 안전 ‘OK’
뉴스종합| 2011-11-04 00:07
최근 미국 출장길에 올랐던 회사원 이모(40) 씨는 낭패를 당할 뻔 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차량을 빌려 일을 보고 오던 도중 길을 잃은 것. 내비게이션에 입력시켜 둔 주소는 조작 실수로 지워졌고, 바이어와 만나기로 한 호텔 이름을 내비게이션에 입력하니 시애틀에 있는 같은 이름의 다른 호텔로 가는 길이 안내됐다. 주변 사람들에게 위치를 물어도 아는 이가 없었다. 약속 시간은 가까워 오고 길을 알아낼 방법은 없어 발만 동동 구를 수 밖에 없었다.

그 때 이 씨를 구해준 것이 바로 텔레매틱스 서비스였다. 차량 내에 설치된 단말기 버튼을 누르자 해당 서비스센터 상담원과 통화가 이뤄졌다. 목적지를 이야기하자 원격조정을 통해 상담원이 직접 주소를 내비게이션에 입력해 줬다.

이 씨는 “차량의 텔레매틱스 서비스에 대해 얼핏 이야기는 들었지만 필요성은 간과하다 미국에서의 경험 이후 유용한 서비스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자동차 제조기술과 정보통신(IT) 및 위치확인(GPS) 서비스가 결합된 텔레매틱스 서비스가 주목받고 있다. 운전자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위험한 순간이 발생했을 때 스스로 대처하고 차량도난과 같은 사고 시에도 도움을 주는 서비스여서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주요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이를 입증하듯 글로벌 1위 업체인 GM이 온스타라는 이름으로 텔레매틱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을 비롯해 도요타 G-BOOK, 포드 싱크 등도 널리 알려져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등 유럽 프리미엄 브랜드들도 독자적인 텔레매틱스 서비스 시스템을 확보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현대ㆍ기아차가 개발한 모젠이 유일하게 서비스되고 있다. 현대ㆍ기아차에서 판매하는 중형급 이상 승용차에 장착되는 모젠은 빠른 길안내는 물론 예약서비스, 차량관리, 구조, 도난방지 등 다양한 기능을 발휘한다.

길안내는 텔레매틱스 서비스의 가장 일상적인 사례다. 내비게이션 조작에 익숙지 않거나 직접 조작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 운전자가 목적지나 빠른 길을 찾고자 할 때 이를 원격조정을 통해 안내하는 기능이다.

사용방법은 간단하다. 서비스가 가능한 기기를 장착한 후 버튼을 눌러 서비스센터 상담원과 통화만 하면 된다. 상담원은 원격조정을 통해 목적지를 직접 차량 내 내비게이션에 입력한 후 안내가 이뤄지도록 한다.

편리한 기능은 더 있다. 특정한 곳을 여행하다 맛집을 찾아 예약하고 싶을 때도 유용하다. 길안내와 같은 방식으로 서비스센터에 연락한 후 인근 지역 맛집을 알고 싶다고 하면, 곧바로 서비스센터에서 GPS를 활용해 차량 위치를 확인한 후 적합한 곳을 찾아내 준다. 고객이 원하면 예약도 대행한다.

뿐만 아니라 텔레매틱스 서비스는 차량관리에도 도움을 준다. 자가진단을 통해 차량 소모품 정보가 제공되고 고장 여부도 파악된다. 문제가 생기면 차량 입고 및 견인이 이뤄지도록 조치도 취해진다.

차량 도난 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도 GPS 위치정보로 위치를 파악한 후 경찰서에 신고를 함으로써 차량 주인이 되찾을 수 있도록 해 준다. 내년 중에는 차량을 훔쳐 달아나는 상황이 포착되면 원격조정을 통해 차량 속도를 떨어뜨리는 기능까지 더해질 예정이다.

모젠과 같은 텔레매틱스 서비스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뭐니뭐니해도 안전이다. 탑승자가 정신을 잃을 정도의 대규모 차량 사고가 발생할 경우 승객의 목숨을 구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에어백이 작동하지 않을 정도의 경미한 사고가 생기면 운전자가 직접 조치를 취하면 된다. 하지만 에어백이 작동하고 승객이 위기상황에 대처하지 못할 처지에 놓일 정도로 심각한 사고가 발생하면 사정은 달라진다. 주변에 도움을 줄 사람이라도 있다면 다행이지만 인적이 드문 곳이라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이때 해당 차량이 텔레매틱스 서비스에 가입돼 있다면 큰 도움이 된다. 실제 사고가 발생하고 에어백이 작동하면 텔레매틱스 단말기 센서가 이를 감지해 곧바로 서비스센터로 상황을 전송한다. 상담원은 즉시 해당 사고차량으로 고객 안전을 확인하는 연락을 취하고, 수차례 연락에도 응답이 없을 경우 GPS 기술을 활용해 차량 위치를 확인한 후 119로 구조요청을 한다. 승객을 보호하기 위한 신속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박상우 현대차 글로벌TMS추진2팀 차장은 “모젠과 같은 텔레매틱스 서비스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가 사고 발생 시 승객의 안전을 보호하는 것”이라면서 “실제 모젠 서비스를 통해 목숨을 구한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다양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면서도 비용이 저렴하다는 부분도 장점이다. 사고 시 구조, 차량 도난방지, 자가진단, 다양한 부가서비스 등을 이용하더라도 월 비용이 통상 1만원을 넘지 않는다.



더욱이 최근에는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과 연동돼 한층 편리해졌다. 현대차 신형 그랜저의 경우 열쇠를 다른 곳에 두고 온 상황에서 차량 문을 열고자 할 때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만 있으면 곧바로 문을 열 수 있다. 내년 중에는 모젠 서비스가 가능한 모든 차량용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이 개발ㆍ보급될 예정이다.



다만, 서비스를 받기 위한 시스템을 선택사양으로 구입해야 하고 현재까지는 소형 차량은 서비스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부분은 단점이다. 





또 국내에서는 현대ㆍ기아차의 모젠 이외에 다른 서비스가 없다는 것도 아쉬운 점이다.




박 차장은 “텔레매틱스 서비스는 고객만족을 위한 핵심 서비스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다른 브랜드들도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면 서비스를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충희 기자 @hamlet1007>

hamle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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