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돌발 악재로 유로존이 또 한 번의 벼랑끝 위기에 봉착하면서 3일 프랑스 칸에서 개막되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세계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리스가 2차 구제금융에 대한 국민투표 실시라는 ‘정치도박’을 벌임에 따라 독일, 프랑스 정상을 비롯해 유럽 수뇌부들이 G20회의에 앞서 긴급 회동을 갖는 등 유럽 위기 진정에 안간힘을 쏟고 있지만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이번 칸 회의는 역대 어느 회의보다 시급한 현안을 안고 있다. 당장 발등의 불인 유로존 위기 해법을 찾아야 하고 국제 무역불균형 해소, 금융거래세 도입 방안, 재정건전성을 위한 거시경제정책 공조 등 중장기적 과제도 산적하다.
하지만 그리스 사태에 묻혀 다른 현안이 주변부로 밀릴 수 있고,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과 신흥국의 입장도 달라 원만한 합의가 도출될지는 미지수다.
▶글로벌 3중고에 암운=파이낸셜타임스(FT)는 2일 “세계 경제침체, 유로존 위기, 무역 불균형 등 3가지 악재가 정상들을 압박하면서 칸 회의에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최근 “세계 경제 불확실성이 고조되면서 성장 둔화, 금융시장 혼란, 지속 불가능한 부채 위기, 높은 실업률과 수요 급감 등 세계 경제가 침체의 늪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특히, 선진국의 경기 둔화는 세계 경제 회복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OECD는 최근 선진국들의 내년 경제 성장률을 대폭 낮췄다. 유럽은 당초 2%에서 0.3%로, 미국은 3.1%에서 2%로 하향조정됐다.
FT는 “유럽 재정위기가 이같은 급격한 세계경기 침체의 원인이자 결과”라고 강조하면서 “그리스의 국민투표 도발은 유럽 위기 극복을 위한 노력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평가했다.
뿐만 아니라 무역 불균형은 각국의 환율 전쟁으로 비화하고 있다. 각국 정부가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자국 통화를 잇달아 평가절하하면서 국가간 신경전이 고조되고 있다.
일본이 초(超)엔고를 저지하기 위해 수차례 외환시장 개입을 단행했고 미국의 3차 양적완화(QE3)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어 작년에 이어 2차 환율전쟁이 촉발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FT는 “이번 회의는 G20 회원국에 중대한 고비”라면서 “이번 회의가 잘 치러지면 칸 회의는 최고의 세계 경제회의로 칭송받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또 한 번의 파괴적인 금융, 경제 위기를 몰고온 회의로 평가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흥국 대응 주목=세계인들은 이번 회의에서 특히 중국, 인도, 브라질, 러시아(브릭스) 등 신흥국의 대응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선진국이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가운데 세계 경제 성장을 이끌고 있는 신흥국들의 공조가 세계 경제 위기 극복의 열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 정상들은 유로존 재정위기 해결을 위해 중국이나 일본 등에 지원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신흥국의 공조가 가능할지는 속단하기 이르다. 중국은 유로존의 지원을 구두를 밝히고 있을 뿐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또 IMF 재원 확충을 둘러싸고도 신흥국들은 입지 강화를 위해 증액을 주장하고 있으나 선진국은 IMF내 발언권 위축을 우려해 이를 꺼리고 있어 양측의 갈등이 더욱 심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