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정유사·주유소 高부담…실효성 ‘글쎄요’
뉴스종합| 2011-11-04 11:08
주유소 80~90원 마진감소…정유업계 입찰 공정성도 회의적

소비자 선택권 다양화·에너지 소외계층 해소 긍정적 기대도

지식경제부가 전국에 리터당 최대 100원까지 싼 알뜰주유소 1300곳을 만들겠다고 나서자 관련업계가 기대와 함께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지경부는 한국석유공사와 농협이 입찰경쟁을 통해 정유사들로 부터 싼 값에 기름을 다량확보해 알뜰주유소에 공급하면, 가격경쟁이 촉발되어 전국적인 기름값 하락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정유사들이 점유율을 가져가기 위해 입찰에 참여할 것이라 낙관하는 지경부와 달리 정유사들은 대체로 입찰 자체에 회의적이다.

경쟁의 공정성 문제와 관련해서도 지경부 측은 “입찰과정에서 정유사들이 스스로 가격조건을 제시하기 때문에 공정경쟁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하는 반면 정유사 측은 “석유공사의 비축 원유를 이용한 정유사들에 대한 가격인하 압박, 정부에 대한 거래물량 및 가격정보 제공 등으로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다”고 반박한다. 한국석유유통협회는 “기존 석유대리점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불공정 거래”라고 까지 주장했다.

정부가 전국 1300곳에 알뜰주유소를 세우겠다고 발표하자 정유업계와 주유업계가 크게 동요하고 있다.


기름값 인하효과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많다. 정유사 관계자는 “70~100원 인하 효과를 보려면 정유사 뿐만 아니라 주유소도 동참해야 한다”며 “최근 정유사들간 공급가격이 10원 차이도 안나는 경우가 있는데 100원 인하 효과를 보기 위해선 주유소에서 80~90원 인하효과를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주유소 셀프화, 인건비 절약 등으로 가격하락이 가능하다고 하나, 사은품 미지급으로 서비스 수준이 떨어진 주유소가 경쟁력을 가질 지 의문”이라며 “카드수수료 30원도 크다고 하는 상황에서 주유소가 마진부분에서 감당해야 하는 80~90원의 인하는 큰 부담”이라고 밝혔다. 각기 운영되는 수백개의 주유소가 제대로 통제되겠느냐는 의구심도 뒤따른다.



시장이 포화상태라 주유소가 점점 주는 상황에서 점유율 증대와 알뜰주유소의 가격형성 주도 가능성에도 의구심이 일고 있다. 

지경부 관계자는 “이들이 전국적으로 퍼져있기 때문에 적은 숫자라도 가격인하 압박이 가능하고 지역별로 원하는 수준의 경쟁유도가 가능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유업계 관계자는 “지경부는 6~10%의 점유율을 전망하지만 이 정도로는 전체 가격형성에 큰 영향은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자가폴 주유소가 그런 역할을 하고 있는데 석유공사의 브랜딩 하나 만으로 효과상승을 기대하긴 미지수라는 얘기다.

이런 우려들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알뜰주유소가 에너지 소외계층을 위한 주유소가 되는 것이 한가지 발전적 대안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정부 역시 ‘사회적 공헌형’ 알뜰주유소 확대를 언급한 바 있다. 지경부 관계자는 “이름을 언급할 수 없으나 2~3개 업체가 곧 참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자가폴 주유소는 품질신뢰도에 문제가 있었는데 정부가 보다 확실한 품질보증프로그램을 실시함으로써 이들의 기름에 대한 소비자 신뢰를 높여야 하고 알뜰주유소는 소비자들의 다양한 선택권을 보장해주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문영규 기자/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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