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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산 화장품도 못쓰겠어요”…방사능 공포 다시 불어오나
뉴스종합| 2011-11-05 08:45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 살고 있는 주부 전모(30ㆍ여)씨는 최근 마스크를 구입했다. 이유는 최근 인근 지역인 월계동에서 방사능이 대량 검출돼서다. 지난 3월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일어났을 당시에도 방사능 위험에 대해 별 생각이 없었던 전씨가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내년 1월께 태어날 아이 때문이다. 현재 임신 7개월 째인 전씨는 “동네에서 방사능이 검출됐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아이의 건강이 걱정이 됐다. 인터넷 카페를 보니 체르노빌 원전 사고 당시에 기형아가 많이 태어났다는 이야기도 있더라. 사실인진 알 수 없지만 일단은 조심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지난 3월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한반도를 불안에 떨게했던 방사능 공포가 다시금 되살아나고 있다. 최근 서울 월계동 주택가와 고등학교 인근 도로 등에서 방사능 이상수치가 검출된 탓이다.

KINS에 따르면 지난 1일 서울 월계동 907번지 일대 도로에서 측정된 방사선량은 시간당 최고 1400여n㏜, 핵종은

세슘 137로 이는 서울 대기의 평균적 방사능 수치인 140n㏜의 10배 가량 되는 수치였다.또한 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들이 3일 추가로 공개한 서울 월계동 276-22번지 일대 도로에서는 자가측정 결과 방사선량이 시간당 최고 3.0μ㏜(마이크로시버트)까지 측정되기도 했다.

불안감은 비단 월계동 주민들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매일 걸어다니는 아스팔트 도로에서 방사능이 검출되는 등 어느새 우리 일상 속까지 방사능의 그림자가 드리웠다는 불안감에 일본산 식품 및 화장품 등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사람들도 다시 생겨나고 있다.

인천시 계양구에 사는 주부 조희배(54)씨는 요즘 장을 볼 때 일본산은 아예 쳐다보지도 않는다. 조 씨는 “예전에는 일본산 생선을 선호했었는데 일본 원전 사고 이후로는 방사능 때문에 꺼려진다”고 말했다.

‘방사능으로부터 아이를 지키는 모임’(차일드세이브) 운영자인 전선경(43)씨는 초등학교 4학년 자녀에게 학교 급식 대신 매일 도시락을 싸준다. 학교 측에 원전 사고 이전에 생산된 농산물과 수산물을 사용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쉽지 않다”는 답을 들었기 때문이다.

전씨는 “수산물을 구입할 때도 일일히 전화를 해서 원전 이전에 생산된 것인지를 확인하고 구매를 한다. 학교 급식도 이렇게 해주면 좋은데 불가능하다고 해서 수고스럽지만 매일 도시락을 싸주고 있다”고 말했다.

주부 뿐만이 아니다. 젊은 여성들도 일본산 화장품 사용을 지양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평소 일본 색조 화장품을 즐겨쓰던 대학생 이소정(24)씨는 요즘 일본 화장품 구입을 꺼린다. 이씨는 “주변 친구들도 일본 화장품을 쓰면 트러블이 생긴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며 “실제로 일본 브랜드의 기초화장품을 쓰던 친구들도 최근 다른 브랜드로 바꾼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인터넷 카페 ‘카페 파우더룸’에도 “일본 S브랜드를 쓰고 있는데 지금 사용하고 있는 것만 쓰면 그만 쓸 생각이다. 스킨이랑 에센스는 99%가 물인데, 아무리 깨끗히 처리해서 사용한다지만 불안하다(아이디 nadab621) ”거나 “색조제품은 가격대비 일본제품이 최고라고 생각했는데 블로그 등을 통해 방사능이 축적된다는 얘길 듣고 사용을 심각하게 고민하게 됐다(아이디 rockem5)”는 글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 서울 노원구(구청장 김성환)는 이상수치의 방사선량이 검출된 월계동의 아스팔트 도로 두 곳을 재포장하기로 하고 4일 오전 철거공사를 시작했다.

구는 지난 1일 월계동의 한 아파트 근처에서 이상 방사선량이 측정됐다는 신고가 들어오자 이 도로가 깔린 2000년 같은 시공사가 포장한 도로 6곳을 추가로 조사했다.

구 관계자는 “방사선량 수치가 인체에 무해한 수준이라고는 하지만 주민의 불안감을 없애려고 긴급히 예비비를 투입해 공사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앞으로 아스팔트 도로 전체를 대상으로 방사선량을 측정해 기준치보다 높게 나오면 즉시 재포장하겠다”고 말했다.

박수진ㆍ이소희 인턴기자/sjp1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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