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토종’ 미래車기술 글로벌 경쟁자도 인정
뉴스종합| 2011-11-07 10:30
주요국 잇단 연비기준 강화

포드 등 생존위한 합종연횡


현대 제의 뿌리치던 GM

10여년만에 MOU 先제안


정몽구회장 협상 직접지휘

국가 이미지도 업그레이드


“순수 우리 기술진이 만든 수소연료 전지차가 전 세계에서 탐낼 만한 수준에 이르렀다. 자동차로 국가 이미지를 업그레이드 한 것이다.”

정몽구 회장은 GM이 현대ㆍ기아차에 수소연료 전지차 공동 개발을 제안한 것에 매우 흡족해하면서 자신이 직접 GM측과의 협상에 임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ㆍ기아차는 지금까지 걸어 온 친환경 엔진 및 연비 향상 프로젝트 역시 독자노선을 지향했다. 제휴를 통한 공동 개발이 분란의 소지가 크다는 점을 염려한 것이다. 때문에 이번 GM측의 제안도 오너가 직접 나서 꼼꼼히 따져보겠다는 전략이다.

게다가 정 회장은 현대ㆍ기아차와 GM의 미래차 공동 개발이 단순하게 두 회사의 판단 만으로 이뤄질 결정내려질 문제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룹 한 고위 관계자는 “정몽구 회장은 아무리 사기업이 독자 개발한 기술이라도 국가의 경쟁력이라는 생각”이라며 “기술제휴나 공동 개발은 국민과 정부 등 사회 전반의 공감대도 고려해야 하는 일이라는 관점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현대ㆍ기아차가 대한민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고려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제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서 합종연횡(合從連橫)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 됐다. 과거에는 몸집을 불려 규모의 경제를 이루기 위해 뭉쳤지만 이제는 비용절감을 통한 기술제휴로 무한경쟁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손을 잡는다. 이번 GM의 제안도 치열해지는 연비 경쟁 때문이다.

특히 주요 선진국 정부들은 앞다퉈 연비 기준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정부는 2025년까지 연비를 현재보다 2배 이상 높인 새로운 기준을 도입한다고 발표했고, 일본도 2020년까지 현재 연비보다 20% 이상 개선해야 하는 새로운 기준을 내놓았다.

한국 정부도 내년 상반기쯤 세계 최고 수준의 연비 규제를 발표할 전망이다. 자동차 회사들 입장에서도 시장에서 퇴출당하지 않으려면 연비를 높이는 기술력 개발에 사활을 걸어야만 한다.

이런 흐름 속에 미국 포드자동차는 지난 8월 일본 도요타자동차와 소형 픽업트럭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용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공동 개발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앞서 올해 상반기 폴크스바겐은 일본 경차 전문 메이커인 스즈키의 지분 19.9% 인수. 경차에 강한 스즈키의 기술을 빌려오겠다는 전략이다.

미래자동차 개발을 위해 GM과 현대ㆍ기아자동차가 미래차 개발에 함께 나설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은 현대차가 지난 4월 서울시와 협의해 업무용으로 운향 중인 투싼ix 수소연료 전지차.                                                                                                                   [사진제공=현대자동차]


유럽 프리미엄 시장에서 전통의 라이벌 관계인 독일 BMW와 다임러벤츠는 올해 들어 비핵심 부품의 공용화에 합의해 소형차 차체(플랫폼)를 공동개발하는 등 손을 맞잡았다. 같은 시기 일본 내 라이벌인 닛산과 미쓰비시도 경차에 한해 아예 개발부터 생산까지 함께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아직 짝을 못찾은 GM이 현대기아차에게 먼저 손을 내민 것이다.현대ㆍ기아차는 2000년대 초 수소연료전지 개발을 위해 GM과 일부 제휴를 추진했다. 하지만 GM의 무반응에 결국 무산된 바 있다.

익명을 요구한 GM 본사 측 한 고위관계자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GM의 미래차 개발 투자는 개점휴업 상태가 됐고 이후 현대차의 기술력은 상당부분 GM을 따라잡았다”며 “그 중에서도 수소연료 전지차는 함께 연구했을 때 시너지를 가장 많이 낼 수 있는 부분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미 방한 전 미국 워싱턴에서 치러진 수소연료 전지차량 테스트 드라이브 행사서 현대차 투싼IX 수소연료전지 차량을 시승해 보는 등 현대차의 기술력을 확인한 뒤였다.

윤정식 기자 @happysik

yj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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