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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대박’ 현실과 괴리 ‘통계 난센스’
뉴스종합| 2011-11-09 11:42
고시생·취업준비생 등

비경제활동인구 산정 제외


인턴 경쟁률은 100대 1

고용현실 여전히 한겨울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9일 위기관리대책회의 자리에서 ‘10월 고용동향’에 대해 “신세대 용어를 빌려 실감나게 표현하자면 ‘고용대박’이 났다”고 말했다. “1년 전에 비해 인구는 45만4000명 늘었는데, 일자리가 이를 모두 흡수하고도 남을 정도로 크게 증가했다”고 기뻐했다. 학자 출신답게 좀처럼 경제에 대해 단언을 하지 않는 박 장관이지만, 이날만큼은 목소리에 자신감이 묻어났다.

그 정도로 10월 고용동향은 지표로 ‘완벽한 수준’이다.

실업률은 2002년 11월 이후 무려 9년 만에 2%대로 떨어졌다. 경제학에서 실업률 3%는 ‘완전고용’ 상태다. 취업할 의사가 있어도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 발생하는 ‘비자발적 실업’이 존재하지 않는 상태다.

하지만 고용지표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생활에서, 산업현장에서 체감하는 고용 현실과는 상당히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우리나라의 청년실업률은 6.7%로 16.2%인 미국의 3분 1, 24.8%인 프랑스의 4분의 1 수준에 그친다. 현실에서는 좀 다르다. 최근 한 조선업체의 고졸자 공채 경쟁률은 32대1이었다. 현대차의 기술인턴직 경쟁률은 사상 최고인 100대1이었다.

여전히 일하고 싶어도 일이 없는 사람이 많고, 조금 괜찮은 일자리에는 지원자가 줄을 서는 것이 우리 고용 현실이다.

외환위기를 겪고, 2000년대 후반부터 두 차례의 금융위기가 닥쳤지만 우리나라의 실업률은 2002년 이후 줄곧 3%대였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고용통계가 고용 상황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통계청의 고용통계는 국제노동기구(ILO) 국제기준을 준용해 작성되고 있지만 이를 너무 기계적으로 적용해 우리나라의 고용 특성과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예컨대 ILO가 제시한 실업의 통계적 정의는 ▷지난주 1시간 이상의 일을 하지 않았을 것 ▷지난 4주 내 적극적 구직활동을 하였을 것 ▷지난주 일자리가 제시되었으면 일을 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세 가지 요건이다. 이 세가지 조건을 만족하면서도 일자리를 못 구한 사람만이 ‘실업자’가 될 수 있다. 여기에 부합하지 못하면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되어 고용률ㆍ실업률 산정 과정에서 아예 빠지게 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고용ㆍ취업 특성상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 고시나 입사시험 형태로 취직을 준비하는 사람이 대표적이다.

황수경 한국개발연구원(KDI) 박사는 ‘실업 및 잠재실업’에 대한 연구에서 “시험 준비 및 결과 확인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지난 4주 내 응시 또는 확인’이라는 구직활동 기준은 매우 엄격한 잣대”라고 평가했다.

황 박사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이 같은 이유로 비경제활동인구로 파악된 인원이 지난해 62만5000명에 달했다.

취업 가능성을 따지는 기간을 ‘지난 한 주’로 한정하는 것도 무리가 있다는 분석이다. 일본의 경우는 기준시점을 특정하지 않고 일이 있다면 즉시 취업이 가능한지 여부를 확인해 통계에 반영하고 있다.

홍승완 기자/sw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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