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1번지
[후진정치가 나라 거덜낸다] “도돌이표 정치 벗어나려면 사람보다 시스템이 바뀌어야”
뉴스종합| 2011-11-14 10:42
대한민국 국회가 제자리 걸음이다.

세상 모든 것이 바뀌고 있지만 문민정부 초기에나 볼 수 있었던 무력시위 정치는 20년이 지나 한미 FTA 비준안 처리과정에서도 반복, 되풀이되고 있다. 정치 전문가들은 국회가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치 않는 데는 시스템이 아닌 사람 중심의 정치가 여전하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스템 개혁은 말 뿐=사람 중심의 정치가 계속되다보니 시스템 개혁은 공허한 말 밖에 남지 않았다. 정치 시스템에 대한 논의는 이번 18대 국회에서도 지지부진하다. 정치 시스템 혁신으로 꼽혔던 상향식 공천은 ‘국민 경선제, 슈스케식 경선’ 등으로 이름을 바꾸며 쇄신안의 단골 소재로 등장했지만, 총선을 불과 5달 앞둔 지금까지 여야 모두 구체적인 안 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다음 총선 역시 전략공천과 계파 싸움이 불가피하다는게 여의도 정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또 폭력국회, 소수의 점거, 다수의 횡포를 막기 위한 국회 선진화법도 논의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폭력 국회의 단골 이유 중 하나인 국회의장의 직권 상정 요건을 천재지변이나 전시 등의 경우로 엄격하게 한정하고, 쟁점 안건에 대해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허용해 폭력의 근원을 대화로 해소해 보자는 국회 선진화법에 대해 여야는 남탓만 하기 바쁜 모습이다.

물론 우리 정치권에서도 시스템에 관한 논의가 없는 것은 아니다. 매 국회 때마다 반복되는 개헌 논란이 좋은 예다. 권력구조 개편에 대한 ‘원포인트 개헌’이 이번 18대 국회에서도 오랜동안 정국을 강타했지만, 결국 특정 세력, 인물이 정계 개편용으로 추진하다보니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시스템 없는 정치, 포퓰리즘으로 흐른다=시스템 부재가 만든 정치는 포퓰리즘으로 흐르는 모습이다. 과거 3김시대 정치는 지역감정을 기반으로 존재했지만, 지역감정이 많이 약해진 지금은 모든 정당이 눈 앞의 표를 향한 선심성 정책 쏟아내기만 몰두하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지금 한나라당, 민주당 의원 상당수는 당장 당명을 바꿔 앉혀놔도 전혀 어색함이 없을 만한 인물들”이라고 지적했다. 정당이 이념이나 정치적 성향, 지향점을 놓고 뭉치는 것이 아니라, 사람 중심으로 공천과 당선 가능성을 앞세우다보니 생긴 현상이다.

이 같은 모습은 최근 정치권의 논쟁에서도 엿볼 수 있다. 보수라고 스스로를 정의내린 한나라당은 유력 대권주자와 총선에서 재선이 급급한 소장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무상보육, 무상교육 시리즈를 쏟아낸다. 진보인 민주당에서는 과거 관료출신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미FTA 비준안을 재협상 없이 처리하자고 반발하고 있다. 여야, 진보와 보수에 대한 일반인들의 상식이 표 앞에서 뒤죽박죽된 것이다.

▶강경파에 휘둘리는 국회=사람 중심의 정치는 목소리가 큰 강경파가 득세하게 된다. 이들 강경파는 공천권을 가진 보스의 목소리를 대변한다며 다른 생각을 잠재운다. 그러다보니 폭력의 구태가 반복될 수 밖에 없다.

‘민의의 전당(殿堂)’인지 ‘폭력의 전장(戰場)’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매해 여야는 물리력 충돌은 올해도 여전하다. 한ㆍ미 FTA 비준동의안 상정을 둘러싸고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안팎에서 벌어진 ‘난장판’은 2008년 12월에 이어 올해도 그대로 반복됐다.

국회의장을 두 차례 지냈던 이만섭 전 국회의장은 이 같은 폭력 국회의 원인으로 ‘강경파의 득세’를 꼽았다. 여야, 의석의 많고 적음을 떠나 타협보다는 대결을 통해 인사권자의 눈 도장을 받고, 이런 사람이 다시 공천을 받아 정치를 계속하는 악순환이 폭력 국회를 불러온다는 것이다. 이 전 의장은 “강경파가 득세하는 정당은 결국 망하고 만다”며 “당 지도자들이 강경파에 휘둘려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최정호ㆍ서경원 기자@wishamerry>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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