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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자 진술녹화제 유명무실
뉴스종합| 2011-11-15 11:25
경찰이 수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구타 및 가혹행위 등 피의자 인권 침해를 예방하기 위해 도입한 진술영상녹화제도가 수사 경찰의 성과평가 항목에서 제외되면서 사용 건수가 급감, 제도 자체가 유명무실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5일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가 국회 예산정책처로부터 입수한 경찰청의 진술영상녹화 실적 자료에 따르면 2008년 8만9338건이던 진술영상녹화 건수는 지난해 3만2124건으로, 3년 만에 3분의 1로 급감했다.

지난 2006년 서울 양천경찰서에서 시범 도입한 후 전국적으로 510개의 진술영상녹화실이 설치된 것을 감안하면 지난해 사용 건수가 한 곳당 평균 62.9건에 그친 셈이다. 특히 서울의 경우 2009년 2만5229건에서 지난해 5930건으로 5분의 1로 줄었고, 제주(315건), 울산(331건), 대전(524건) 등은 수백건에 불과했다.

이처럼 녹화 실적이 급감한 것은 1차적으로 초반 녹화 실적이 성과평가에 포함되면서 한 사건에 대한 중복 녹화, 경범죄에 대한 녹화 등으로 녹화량이 과도하게 증가했다가 성과평가에서 제외된 때문으로 풀이된다.

경찰 관계자는 “시행 초반에는 진술영상녹화 실적이 성과평가에 포함되면서 수사 경찰들이 업무 부담으로 인한 불만까지 나올 정도였으나 이제는 살인, 성폭력 등 강력범죄 피의자 등의 진술 번복이 재판 과정에서 악영향을 미칠 경우 등에 대비해 진술영상을 녹화하고 있다”며 “단순한 폭행 및 절도사건까지 진술영상을 녹화할 경우 업무가 가중될 뿐 아니라 다른 강력사건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진술영상녹화는 범죄 피의자에 대한 진술을 증거 자료로 사용하려는 의미도 있지만 경찰 가혹 수사에 따른 피의자 인권을 보호하려는 목적도 있는데 진술영상녹화 실적이 급감하면서 제도가 피의자 인권 보호보다는 진술 확보용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사관교체요청제도 등 수사 과정상 발생할 수 있는 인권 침해 문제는 뒷전으로 밀린 인상이다.

이를 반영하기라도 하듯 국가인권위원회 경찰 관련 인권 침해 상담 건수가 2005년 1117건에서 2009년 1895건으로 해마다 증가 추세에 있다. 체포 수사 시 폭행, 인격권 침해, 편파 수사, 가혹행위 등 내용도 다양해 진술영상녹화가 활성화돼야만 하는 상황이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진술영상녹화는 피의자 인권 보호뿐 아니라 수사관이 조사 과정의 결백함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로 사용될 수 있는 만큼 경찰은 수사 과정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서라도 진술녹화실 사용을 적극 권장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대우 기자/dew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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