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가습기 살균제의 습격’…이번엔 직장맘?
뉴스종합| 2011-11-15 09:18
#1. 지난해 귀여운 딸아이를 출산한 직장맘 김모(33)씨, 아이에겐 건조한 방이 나쁘다고 해 1년 내내 가습기를 틀며 지낸 그는 어느날 자다가 가슴이 너무나 아프고 숨을 쉬기 곤란해 잠에서 깼다. 습도가 너무 높아서 생긴 일일까 싶어 가습기를끈 그는 몇달 뒤, 급성 폐질환의 원인이 가습기 살균제때문이라는 보도를 보고 경악했다. 매일 가습기 닦으랬더니 시간 없다며 가습기 살균제를 넣으면 된다던 남편도 원망스러웠고 아이들이 사용하는 물품에 대한 위험 기준을 허술하게 만든 국가도 원망스러웠다.

#2. 3살짜리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회사로 출근한 양 모씨(36)는 하루 종일 마음이 무거웠다. 아이들 키우는 집에는 없어서는 안될 필수품인 물티슈에 각종 화학물질을 함유하고 있다는 방송 프로그램을 접하자 그 공포감은 더욱 현실로 다가왔다. 그는 “지난해에는 스테로이드 한방 크림으로 아토피 아이를 둔 부모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며, “아이들 관련 용품에 대한 안전 기준이 왜 이렇게 허술한 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3. 딸아이를 데리고 출근해 인근 어린이 집에 맡기는 이모(31)씨, 그는 최근 서울시내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을 때린다는 보도를 접하고는 충격에 휩싸였다. 아이가 최근 신문지를 말아쥐고 “떼찌, 떼찌’하는 모습만 봐도 가슴이 철렁하다. 이씨는“내가 무슨 영화를 보자고 아가를 남의 손에 맡기고 일하는지 모르겠다”며 “차라리 회사를 관두고 애에게 집중하는게 현명할 것 같다”고 말했다.

연일 계속되는 어린이용품 사건사고, 어린이집 폭력 소식에 직장맘들은 ‘공황’에 빠져들 지경이다. 특히 24시간 아이를 직접 돌보지 못하는 상황에서 남의 손을 빌려야 하거나 가습기를 씻을 시간이 부족해 살균제를 넣어주던 엄마들 사이에서는 ‘이제 직장을 그만두고 가습기나 씻으며 지내야 하나’는 자조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년차 직장맘인 김씨는 “부부가 직장에 다니다보니 매일 가습기를 씻거나 물을 버리고 나올 시간도 없어 가습기 살균제를 써왔다”며 “보도를 본 뒤 옛날에 가습기 틀어놓고 자다가 숨을 못쉴것 같아 일어난 기억이 떠올랐다. 자칙하면 나는 물론 소중한 아기마저 잃을뻔 한 셈”이라고 당시 기억을 떠올렸다. 김씨는 이어 “최근에는 가습기를 자연 가습식 제품으로 교체하고, 애 아빠가 매 주말마다 가습기를 주방세제로 씻어 햇볕에 말리고 있지만 이것도 혹시 무슨 문제가 있지 않을까 불안하다”고 털어놨다.

역시 2년차 직장맘인 이씨는 “물티슈의 문제가 불거지고 나서 애가 대변을 보면 항상 물로 씻겨주는등 최대한 물티슈를 쓰지 않으려 한다”며 “이러다 보니 아기와 외출 했는데 변을 봤을때가 가장 문제. 항상 수유실이 있는 곳으로만 외출하게 된다”고 말했따. 이씨는 이어 “어린이 집 폭력사건을 보고는 ‘이럴 것 없이 내가 회사를 그만두고 애나 봐야겠다는 생각에 남편 월급으로 얼마나 살 수 있을지 계산해봤다”며 “남편이 5년만 더 돈을 모으자 설득해 어쩔 수 없이 직장맘 생활을 유지하고 있지만 지금 심정으론 로또라도 당첨되 빨리 일을 그만두고 싶은 마음 뿐이다”고 말했다.

<김재현 기자 @madpen100> madp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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