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中企 버스투어 나서는 김석동 금융위원장
광주·부산·대구 등 순방
중기현장 애로사항 청취
1500㎞ 강행군 눈길
완전히 야생 생고생 1박2일 프로그램 그 자체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오는 21,22일 청주와 김제, 광주, 부산, 대구 등 전국의 주요 중소기업 현장을 둘러보는 버스투어 얘기다. 목적지간 이동거리만 1000km가 넘고 실제 운행거리는 1500km다. 그가 고된 투어를 그것도 버스를 타고 진행하는 이유는 대체 뭘까.
김 위원장은 “버스투어는 중소기업 금융실태를 제대로 파악해 낡고 고질화된 금융회사의 중소기업 대출관행을 뜯어고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쉽게 말해 MRI(자기공명영상)을 찍겠다는 말”이라고 강조했다.
작년 말 취임이래 김 위원장의 관심사는 줄곧 금융을 살리는 일이었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대출 부실로 곪은 저축은행업계를 과감히 구조조정했다. 실질소득이 줄어드데도 가계부채가 계속 늘어나자 우리경제의 짐이 될 것을 우려해 연착륙 대책을 진행했다. 금융권의 완강한 거부에도 그는 거침없었다. 유럽의 재정위기가 확산되는 시점에는 은행에 외환건전성 강화를 주문하기도 했다. 궁극적으로 경제를 살리기 위한 일이지만 이번엔 좀 다르다. 실물경제를 살리기 위해 금융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그는 “최근 가장 큰 관심사는 중소기업”이라고 했다. 유럽의 재정위기가 부른 세계 금융위기는 실물경제로 파급되고, 내년부터 금융에 취약한 중소기업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그는 내다봤다. 향후 우리경제의 ‘고용’을 책임질 경제주체인 중소기업의 몰락을 지켜볼 수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유망한 중소기업이 흑자 도산하는 재난을 막기 위해서는 금융의 수장으로서 지금부터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전국의 중소기업을 찾아 금융 애로사항을 듣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버스투어에 나선다. 그는 이 작업을 중소기업의 MRI(자기공명영상)을 찍는 것이라고 표현한다. 그가 임하는 자세를 보여 주는 말이다. [헤럴드경제 사진DB] |
“일전을 겨룰 각오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 현장에서 문제를 꺼낸다는 생각으로 투어를 진행하겠다”는 그의 발언에는 비장함이 배어있다. 금융위는 중소기업청, 중소기업진흥공단, 중소기업 관련 연구단체의 조사 및 연구의견을 참고하는 것은 물론 은행과 2 금융권 기업대출 창구의 의견을 종합해 중소기업 대출관행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계획이다. 개선방안의 핵심은 △사업성이 뛰어난 회사에 대출해주고, △담보나 보증서가 아니라 사업성 평가결과를 토대로 대출하는 방식이다.
김 위원장은 “대출관행을 개선하는 차원이 아니라 개혁하려고 한다. 일부 시스템을 고치는 것으로는 모자란다. 새로운 판을 짜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책금융기관의 제도와 관행, 시스템은 물론 신용보증기관의 보증업무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코스닥 상장시스템의 개선이 필요한 지, 창업자금이 어떻게 흘러 가는 지도 심도있게 살펴보겠다”고 힘줘말했다.
김 위원장은 올 연말까지 중소기업 금융실태에 대한 조사를 끝내고, 내년 1분기까지 완벽한 그림을 그려보겠다는 계산이다. 위기 때 마다 구원 등판해 깨끗한 마무리로 주목받았던 대책반장 김석동의 다음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윤재섭 기자/i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