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글래디에이터’ 이채필 고용부 장관, 장시간 근로와 정면대결
뉴스종합| 2011-11-17 10:12
이채필(55) 고용노동부 장관이 장시간 근로 관행에 칼을 빼들었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가운데 유일하게 근로자들의 연간 평균 근로시간이 2000시간을 넘는다. 지난해 2111시간 기록했다. 이는 2009년(2074시간)보다 늘어난 수준이다.

이 장관이 처음으로 칼을 겨눈 상대는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기아차, GM대우, 르노삼성 등 완성차 업체들. 이들은 최근 실시한 근로시간 실태조사에서 상시 특근으로 근로자들의 주당 평균 근로시간이 55시간에 이르렀다. 일반 근로자들의 주당 평균 근로시간인 41.7시간보다 무려 15시간 이상 초과한 수준이다. 근로기준법 제 40조에서 규정한 주간 40시간 이하 근로는 언감생심이다.

장시간 근로의 사슬을 끊으려는 이 장관은 매우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17일 GM대우를 직접 방문해 장시간 근로시간의 단축을 요구한 이 장관은 이달 중에 현대자동차 등 다른 완성차 업체도 직접 방문할 계획이다. 그리고 근로자들의 건강을 해치는 주야 2교대제를 중단하고 주간 2교대제나 3조 3교대제 등으로 전환할 것을 강조할 생각이다. 이 장관은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도 직접 만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얼마전 이 장관은 완성차 업체들의 장시간 근로 실태에 대해 직접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 그는 우리나라 완성차 업체들의 근로시간 형태는 자동차 경쟁국가와 비교하더라도 심야근로를 비롯해 원시적인 주야 2교대 근로로 진행되고 있음을 지적했다. 연간 800시간 이상 경쟁국에 비해 더 일을 시키고 있다는 설명이다.

더불어 이제는 우리나라 완성차 업체들이 이 같은 장기근로의 관행을 바꿀 수 있는 여유를 가진 시점임을 명확히 했다. 이 장관은 “지금은 헝거리(Hungry) 시대에서 앵그리(Angry) 시대로 바뀌었다. 배아픔의 시대로 갔다. 함께 같이 일할 수 있는 가운데 고품질을 만들어가는 세상 노력하는데에는 동행하는 사회, 즉 허그(Hug)의 시대로 갈 수 있는 부분이 자동차 업종에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시대적 변화에 맞춰 자동차 업체들이 생각을 바꾸면, 근로자들의 삶의 질도 높아지고 정규직 일자리도 늘어나면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청년 일자리 창출 등의 효과가 뒤따른다는 것이 이 장관의 생각이다.

장기근로 관행과 정면 대결에 나선 이 장관의 모습은 영화 ‘글래디에이터(gladiator:검투사)’를 연상시킨다. 주인공 막시무스가 노예 검투사들의 생사를 가르는 왕의 권위에 맞서 싸우는 모습은 이 장관이 관행처럼 자리잡은 장기근로에 맞서는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가 “대기업들의 로비가 통하지 않는 유일한 곳이 바로 고용노동부”라고 말하는 것에서도 이 같은 비장함이 느껴진다.

지체장애 3급의 이 장관이 직접 현장에 뛰어들어 장시간 근로 개선에 나선 것은 그 만큼 절실하기 때문이다.

<박도제 기자 @bullmoth>pdj2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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