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례를 찾아 보기 힘들 정도로 정치인은 완전히 배제됐다. 위기 탈출의 선발출전 선수 명단엔 은행가ㆍ외교관ㆍ기업인 출신 등 순수 테크노크라트(전문 관료)16명이 올랐다. 나라 안팎의 지지는 일단 긍정적이다. 하지만 정치권이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내각 구성에 정치인을 적절히 섞어 같은날 의회 신임을 받은 이웃나라 그리스의 루카스 파파데모스 총리와 묘한 대조를 이룬다.
정치인의 흔적을 지워버린 몬티 총리 내각은 상ㆍ하원 신임투표라는 첫번째 장애물에 직면할 가능성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수준 높은 인물로 채워진 몬티 내각”=몬티 총리의 선택을 받은 장관들의 면면은 화려하다. 본인 스스로 재무장관을 겸직, 개혁 조치의 신속한 이행 의지를 시사하면서 그의 오른팔 역할을 할 산업ㆍ사회간접자본 및 교통부 장관에 코라도 파세라 이탈리아 최대 상업은행 인테사 산파올로 최고경영자를 앉혔다.
부총리격인 내각 차관엔 독점규제감독기구 수장인 안토니오 카트리칼라를, 내무장관엔 볼로냐 지방정부 출신인 안나 마리아 칸셀리에리가 등을 기용했다. 교수출신이 3명, 여성이 3명 등이다.
몬티 총리의 이런 선택에 대해 전문가들은 “존경받고 독립적이며, 수준이 아주 높은 인물들”이라고 말했다고 AP는 전했다. 몬티 총리는 “정부 내 정치인이 없다는 게 의회와 정당들로부터 지지 기반을 확보하는 데 오히려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견의 소지를 하나 제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독일의 메르켈 총리는 몬티 총리를 높게 평가했으며,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몬티 총리에 서신을 보내 “우리는 함께 성공할 것”이라고 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보도했다.
▶몬티의 개혁조치 정치인이 제동거나=좌파 정당을 비롯해 정치권은 몬티 총리의 선구안을 놓고 은행, 기업과의 연결고리만 강화하고 정치인을 배제했다며 마뜩찮은 표정이 역력하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를 지지하는 정당들이 몬티 총리 지명을 반대하지 않았기에 그의 내각 신임안 투표가 의회에서 부결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하지만, 그 다음이 문제라는 의견도 나온다. 국유재산 매각, 공기업 민영화 등 몬티 내각의 각종 개혁 조치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것. AP는 “테크노크라트로 이뤄진 정부가 필요할 때엔 민주주의와 정치가 쓸모없게 여겨진다”며 “따라서 (몬티 총리의 진용은) 제한적으로 가동돼야 할 부정적인 것”이라는 한 이탈리아 국민의 의견을 전했다.
홍성원 기자/hongi@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