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이채필 장관, 원시적 2교대 관행 칼 빼들다
뉴스종합| 2011-11-17 11:38
이채필(55) 고용노동부 장관이 장시간 근로 관행에 칼을 빼들었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근로자들의 연간 평균 근로시간이 2000시간을 넘는다. 지난해 2111시간을 기록했다. 2009년(2074시간)보다 늘어난 수준이다.

이 장관이 처음으로 칼을 겨눈 상대는 완성차업체들. 이들은 최근 실시한 근로시간 실태조사에서 상시 특근으로 근로자들의 주당 평균 근로시간이 55시간에 이르렀다. 일반 근로자들의 주당 평균 근로시간인 41.7시간보다 무려 15시간가량 초과한 수준. 근로기준법 제40조에서 규정한 주간 40시간 이하 근로는 언감생심이다.


이 장관의 행보는 매우 적극적이다. 17일 GM대우를 직접 방문해 장시간 근로시간의 단축을 요구했다. 그는 이달 중에 현대자동차 등 다른 완성차업체도 직접 방문할 계획이다. 그는 정몽구 현대차 회장도 직접 찾아갈 수 있다는 입장이다.

얼마 전 이 장관은 완성차업체들의 장시간 근로 실태에 대해 직접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 그는 우리나라 완성차업체들의 근로시간 형태는 자동차 경쟁 국가와 비교하더라도 심야 근로를 비롯해 원시적인 주야 2교대 근로로 진행되고 있음을 지적했다. 연간 800시간 이상 경쟁 국가에 비해 더 일을 시키고 있다는 설명이다.

더불어 이제는 우리나라 완성차업체들이 이 같은 장기 근로의 관행을 바꿀 수 있는 여유를 가진 시점임을 명확히 했다. 이 장관은 “지금은 헝그리(Hungry) 시대에서 앵그리(Angry) 시대로 바뀌었다. 배 아픔의 시대로 갔다. 함께 같이 일할 수 있는 가운데 고품질을 만들어가는 세상 만들기 노력에는 동행하는 사회, 즉 ‘허그(Hug)의 시대’로 갈 수 있는 부분이 자동차업종에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시대적 변화에 맞춰 자동차업체들이 생각을 바꾸면 근로자들의 삶의 질도 높아지고 정규직 일자리도 늘어나면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청년 일자리 창출 등의 효과가 뒤따른다는 것이 이 장관의 생각이다.

이 장관의 모습은 영화 ‘글래디에이터(검투사)’를 연상케 한다. 주인공 막시무스가 노예 검투사들의 생사를 가르는 왕의 권위에 맞서 싸우는 모습은 이 장관이 관행처럼 자리 잡은 장기 근로에 맞서는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가 “대기업들의 로비가 통하지 않는 유일한 곳이 바로 고용노동부”라고 말하는 것에서도 이 같은 비장함이 느껴진다. 



박도제 기자/pdj2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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