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라면 먹고 DMB 보고 인터넷 검색하는…고삐풀린 대학 강의실
뉴스종합| 2011-11-24 09:16
서울 A대학에 다니고 있는 새내기 김모(20) 씨는 요즘 수업을 들을 때마다 신경이 곤두선다. 수업시간임에도 아무꺼리낌없이 간식을 먹는 학우들이 있을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이나 넷북을 이용하는 학우들로 수업에 집중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김씨는 “대학강의에 대해 기대를 많이 했는데 분위기가 너무 안좋다”면서 “열심히 하는 건 둘째치고 다른 사람 방해는 안해야 할텐데 분위기가 이러니 나까지 김이 샌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DMB보고 컵라면까지= 요즘 강의시간에 눈살을 찌푸리는 행동을 하는 학우들로 불만을 호소하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강의가 시작된 뒤 강의실에 당당히 음료수를 마시며 들어오는 것은 기본. 일부 학생들은 수업시간에 끼니를 해결하기도 한다. 샌드위치나 김밥은 물론 컵라면까지 먹는 학생도 있다.

특히 스마트폰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앞 자리 학생 바로 뒤에 휴대전화를 숨긴 채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을 보거나 인터넷을 검색하는 학생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심지어 수업 PPT내용을 스마트폰으로 찍고 그새 잠을 청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현상은 중·대형 강의로 갈수록 뚜렷하다.

서울권 B대학 3학년에 재학중인 이모(22)씨는 “너무 대놓고 자는 사람이 많아진 것 같다”면서 “스마트폰 생기면서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하는지 계속 만지작 거리는 사람도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등록금 벌려 밤새 알바하다보니…= 하지만 지적을 받는 이들도 그럴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고 항변한다. 

대학생 노모(21)씨는 “수업시간 중에 샌드위치나 김밥으로 점심을 때우는 편”이라면서 “쉬는시간 없이 강의가 이어지기 때문에 수업시간에라도 먹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 다른 대학생인 차모(23)씨는 “등록금 벌려고 늦은 밤까지 아르바이트를 뛰다보면 아침 수업시간에 어쩔수 없이 졸게 된다”면서 그래도 음식을 먹는 것처럼 다른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는 건 아니지 않느냐고 항변했다.

▶교수들 당혹스럽지만…= 교수들도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수업에 방해가 되지만 기본 예의에 해당하는 것을 성인이 된 학생들에게 굳이 얘기하는 것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서울 C대학 손모 교수는 “학생들의 수업 분위기가 예전보다 좋지 않다”면서 “스마트폰을 계속 쳐다보고 있거나 넷북을 사용하는 사람이 확실히 늘었다”고 말했다. 서울 D대학 김모 교수 역시 “자는 사람들이 많아 오히려 수업에 집중하는 친구들이 눈에 띌 정도”라며 “일일히 지적할 수도 없고 참 난감하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부 대학 학생회에서는 면학 분위기 조성을 위한 캠페인 활동에 나설 뜻을 나타내기도 했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는 “학생들의 의식과 대학 측의 강의 운영방식의 변화 모두가 요구된다”면서 “학생들은 다른 학우들에게 피해가 되지 않도록 스스로 주의해야 겠고 대학 역시 과도한 대형 강의를 지양하고, 참여를 유도하는 소형 중심의 강의로 바뀌어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소희 인턴기자〉lsh02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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