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의 유력한 대권 후보로 꼽히는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전(前)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26일(현지시간) 과도정부총리직을 제의받을 경우 대선 출마를 포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엘바라데이 전 사무총장은 이날 과도정부를 이끄는 군 최고위원회(SCAF)의 후세인 탄타위 사령관과 만난 뒤 “모든 세력을 대표하는 구국 정부를 열망하는 젊은 혁명가들과 정치 세력의 요구에 응할 것”이라며 “공식적으로 총리직 제의를 받으면 대선 출마를 단념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엘바라데이 선거운동 본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그의 이 같은 발언이 “국가 과도기에 완전히 중립적으로 행동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본부 측은 엘바라데이가 최근 이뤄진 신임 총리 임명에 반대하는 젊은 혁명가 및 정당들과 만났으며 “이들은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대선이 치러지기 전까지의 과도기를 강력한 힘으로 이끌 수 있는 과도정부를 구성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이집트 과도정부를 이끄는 군 최고위원회(SCAF)는 최근 시위대 40여명이 숨진 유혈사태의 책임을 지고 사임한 에삼 샤라프 전 총리의 후임으로 무바라크 정권에서 총리를 지낸 카말 간주리를 임명했다. 그러자 이집트 전역에서는 이에 항의하는 시위가 거세지고 있다.
이날 수도 카이로의 민주화 성지인 타흐리르 광장에서는 5000여 명의 시위대가 모여들었다. 또 카이로의 내각 건물 밖에서는 간주리 신임 총리의 진입을 막으려고 모인 수백명의 시위대가 텐트를 설치하고 야영을 하면서 이들을 해산시키려는 경찰과 충돌했다.
시위대가 돌멩이를 던지며 저항하자 경찰은 장갑차를 동원해 최루탄을 쏘며 진압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시위 참가자 1명이 숨졌다.
시위가 격화되면서 무바라크 정권 퇴진 이후 최초로 치러지는 오는 28일로 예정된 총선에도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그러나 군부는 소요사태와 불안한 상황에도 예정대로 총선을 치르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민상식 인턴기자/ms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