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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워주고 돈 벌게 해줄게”…노숙자 울린 사기범 구속
뉴스종합| 2011-11-29 09:36
일정한 주거 없이 떠도는 노숙자들에게 접근 “숙식을 제공하고 월 100만원씩 벌게 해주겠다”고 유혹해 이들 명의로 휴대전화 및 금융계좌를 만들어 카드깡업자에게 개당 수백만원을 받고 판매한 사기단이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9일 서울역ㆍ영등포역 등을 배회하는 노숙자 등에게 돈을 벌게 해주겠다고 속여 유인한 후, 합숙생활을 시키며 이들 명의로 휴대전화ㆍ금융계좌 등을 개설해 카드깡업자 등에게 판매하거나 제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으려 한 총책 A(47)씨를 영리유인 혐의로 구속, 모집책 역할을 한 B(52)씨 등 나머지 피의자 9명은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 일당은 지난 8월부터 10월까지 서울역 등에서 배회하는 노숙자, 지적장애인 등 8명에게 “월 100만원 정도의 돈을 벌게 해주겠다”고 속여 유인 후, 경기도 안산시 소재 반지하 원룸 3곳에 합숙시키며 이들 명의로 휴대전화 34대와 금융계좌 11개, 사업자등록증 3개 등을 개설해 카드깡업자 3명에게 판매, 약 900만원의 수익을 취득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이들은 피해자 명의로 카드깡업체 사업자 등록을 한 뒤 등록증을 업자들에게 판매해 카드깡 매출로 피해자들의 신용등급이 올라가면 제 2금융권 등에 신용대출을 받아 그 대출금을 편하려고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사업자등록증과 휴대전화, 금융계좌를 한 세트로 카드깡업자에게 개당 300만원에 판매했으며, 업자들로부터 수수료 명목으로 개당 매월 100만원, 범행 종료후 300만원을 추가 수수료로 받기로 계약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경찰에 덜미를 잡히며 추가 수수료는 한푼도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들이 카드깡 등을 통해 피해자들의 신용등급을 높여 사기 대출을 받는데 수개월의 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숙소를 마련, 감시책을 두고 피해자들을 관리해왔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들은 피해자들이 집단 반발할 것을 염려해 3곳의 숙소에 2~3명씩 분산해서 합숙토록 했으며, 일부 피해자가 숙소를 이탈해 도망을 갈 경우 서울역 등 기존에 노숙했던 장소를 찾아가 다시 숙소로 데려오기도 했다. 일부 피해자 중에는 합숙 생활 동안 폭행이 있었다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 일당은 총책ㆍ하위운반책ㆍ중간관리책ㆍ모집책 등 각자의 역할을 나누는 등 점조직으로 활동했다. 또 피해자들이 자신들의 신원을 알지 못하도록 가명이나 박차장 등의 호칭을 사용했고, 피해자들 명의로 개설된 휴대폰을 사용하는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겨울도 다가오는데 숙식도 제공하고 돈도 벌게 해준다고 하니 피해자들이 속았다. 노숙자나 지적장애인들이 작은 유혹에도 쉽게 넘어가는 점을 이용한 범행”이라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ssujin84> sjp1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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