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월급과 아이 성적빼곤 다 올라…”
뉴스종합| 2011-11-29 11:21
가격 올릴때마다 원자재핑계

무슨 원자재가 이렇게 오르나

다들 올리니 덩달아 올려

서민이 봉인가…



“잉어빵 장사보다 붕어빵 장사가 나아요. 손님들이 물가가 너무 올라 질보단 양을 따지거든요.”

추운 겨울을 앞두고 지난 10월부터 서울 신대방동에서 붕어빵 장사를 시작한 이모(56) 씨. 그는 잉어빵과 붕어빵 중 어떤 장사를 시작할까 고민하다 잉어빵 대신 ‘붕어빵’을 선택했다고 했다. 시세는 잉어빵은 1000원에 3개, 붕어빵은 1000원에 7개.

이 씨는 “잉어빵이 붕어빵보다 더 바삭하고 크기도 크지만 물가가 오르면서 손님들은 맛보다는 많이 주는 걸 더 찾는다”면서 “특히 올겨울엔 같은 붕어빵 장수 중에도 잉어빵보단 붕어빵 장수가 더 늘어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공공요금부터 각종 개인서비스요금까지 생활물가가 전방위로 급등하면서 서민들의 생활이 고단해지고 있다.

안양에서 출퇴근하는 김모(34) 씨는 지난 28일 버스에서 교통카드를 찍다가 깜짝 놀랐다. 900원이던 버스비가 어느새 1000원으로 올라 있었던 것. 알고 보니 지난 26일부터 경기도 시내버스 기본요금이 1000원으로 인상된 것이었다. 김 씨는 “금액은 적지만 세 자릿수에서 네 자릿수로 올라간 것은 충격적이었다”며 “ ‘내 아이 성적과 내 월급 말고는 다 오른다’는 농담이 농담이 아닌 것 같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채소부터 육류ㆍ유제품 등 장바구니물가 오름세도 뚜렷하다. ‘원자재 값 인상’ 명목을 단 외식비 상승은 무서울 정도다. 경기도 고양시에 거주하는 송진순(54) 씨는 인근 먹자골목에 위치한 야채뷔페집을 찾았다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1인당 5500원이었던 가격이 7000원까지 올라 있었기 때문. 송 씨는 “직원에게 물었더니 채솟값을 비롯해 최근 원자재 가격이 많이 올라 가격 인상이 불가피했다더라”면서 “그나마 싸게 먹을 수 있던 이런 뷔페까지 오르니 이젠 정말 외식하기가 무서울 정도”라며 한숨 쉬었다.

급등한 물가로 살기 팍팍한 서민생활은 통계로도 잘 드러난다. 통계청이 지난 20일 발표한 ‘3분기 가계 동향’ 자료에 따르면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의 엥겔계수는 22.8%로, 2004년 3분기(24.4%) 이후 7년 만에 가장 높았다. 엥겔계수는 전체 소비 지출에서 식료품ㆍ비주류 음료 지출이 차지하는 비율로, 이것이 높아졌다는 것은 필수적인 생활비 지출이 늘어나 서민들의 삶이 그만큼 힘들어졌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가격 인상 러시에 편승해 가격 인상 꼼수를 부리려는 업체까지 합세하면서 서민들의 아우성도 커지고 있다. 최근 서울 신촌의 한 미용실에서 커트를 한 박혜령(32) 씨는 “카드전표에 1만6000원이 찍혀 있어 당황했다”면서 “불과 두 달 전보다 4000원이나 오른 셈”이라면서 혀를 내둘렀다. 그는 “항상 가격 올릴 때마다 원자재 핑계를 대는데 무슨 원자재 가격이 이렇게 많이 오르냐”며 “다들 올리니까 덩달아 올린 것 같다. 결국 서민이 ‘봉’”이라며 불쾌해했다. 직장인 허모(38) 씨도 “서울 여의도의 한 유명 콩국숫집은 몇 년 전부터 해마다 꾸준히 500원씩 올리더니 최근엔 6000원에서 9000원으로 한꺼번에 50%나 올렸다”면서 “아무리 콩 가격이 올랐다지만 이 정도 인상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황혜진 기자/hhj6386@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