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법관들이 잇따라 페이스북에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관련 비판글을 올려 논란이 된 가운데 법관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해 안팎에서 찬반의견이 충돌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은 과거 반복됐던 ‘좌편향 사법부’ 시비와 맞물려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29일 대법원 내부통신망 코트넷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변민선(46ㆍ연수원 28기) 판사는 전날 “언론보도 몇 시간 만에 (한미 FTA 반대글을 올린) 부장판사가 공직자윤리위원회에 회부된 것을 보고 많이 놀랐다”며 “법관 개인이 페이스북에서 사적으로 얘기한 것을 공론의 장으로 끌고 와 재판 공정성을 단죄하고 의사표현을 위축하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그는 “우선일선 판사의 의견을 수렴하고 공론화한 다음 윤리위에 회부할지 결정했어야 한다”며 대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대법원은 지난 25일 최은배(4ㆍ22기) 인천지법 부장판사가 페이스북에 ‘뼛속까지 친미인 대통령과 통상관료들이 서민과 나라 살림을 팔아먹었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이 같은 사실이 보도되자 법관윤리강령을 위반했는지 심의하겠다며 공직자윤리위 회부 결정을 내렸다.

또한 창원지법 이정렬 부장판사(43ㆍ23기)는 FTA 비준안이 국회를 통과한 지난 22일 “드라마 ‘계백’을 보고 있다. 황산벌 전투가 나온다. 나라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치는 사람과 자신을 위해 나라를 팔아먹는 사람들”이라는 글을 게시한 것으로 최근 밝혀졌다. 그는 27일에는 “페북도 판사는 하면 안 된다고 얘기하는 사람들도있고…계속할 거야”라며 SNS를 통한 정치적 의사표현을 멈추지 않겠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최근 이 같은 글을 올린 법관들은 모두 우리법연구회 소속이다. 우리법연구회는 1988년 6·29 선언 이후 5공화국에서 임명된 사법부 수뇌부가 유임되자 이에 반발해 2차 사법파동을 주도한 판사들이 모여 만든 법원 내 대표적 진보 성향 판사들의 모임이다. 이 모임은 사법부 좌편향 논란이 일 때마다 보수진영과 대치해 왔다.

조용직 기자/yjc@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