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열도가 ‘하시모토 열풍’으로 들끓고 있다.
지난 27일 실시된 오사카(大阪) 시장과 오사카부(府) 지사를 뽑는 동시선거에서 시장에 출마한 하시모토 도루 (橋下徹ㆍ42)가 압승하면서 일본에서도 제3 세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하시모토 당선자는 일본의 여야인 민주당과 자민당의 지지가 아닌 지방 정당인 ‘오사카유신회’의 지지를 등에 업고 당선됐다. 하시모토는 실질적으로 이 정당을 이끌고 있는 대표다. 오사카 지사 선거에서도 ‘오사카유신회’의 공천을 받은 마쓰이 이치로(松井一郞ㆍ47) 후보가 승리해 전국 정당의 입지를 무색케 했다.
이번 선거는 기성 정당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신이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평가된다. 파벌과 금권정치로 얼룩진 기존정당에 대한 실망감이 한꺼번에 폭발한 것이다. 40년만에 60%가 넘는 투표율(60.92%)이 나온 것도 이를 방증한다고 현지언론은 전했다.
하시모토 바람(風)은 오사카 시 해체와 같은 파격적 행정개혁으로 나타날 전망이다. 그는 행정구역이 겹쳐 ‘이중행정’의 원흉이 됐던 오사카시와 오사카부를 통합해 행정을 일원화시키고 예산을 절감한다는 방침이다. 하시모토는 이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 임기중 오사카부 지사직을 사임하고 오사카 시장 선거에 직접 출마하는 강수를 뒀다.
그는 “수도인 도쿄 한 곳만으로는 일본을 지탱할 수 없다”면서 “오사카가 도쿄도(東京都)처럼 부(府)가 아닌 도(都)로 승격, 또 하나의 엔진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호사 출신인 하시모토는 TV법률ㆍ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대중의 인기를 얻었다. 행정에서 개혁파로 분류되지만 성향은 보수적이다.
그는 오사카부 지사 당시 납치자 문제를 들어 북한을 조직폭력배와 같은 집단이라고 비난하고 이런 집단과 관계를 맺고 있는 조선총련계 학교에 예산을 지원할 수 없다고 밝혀 북한이 반발하기도 했다.
하시모토의 개혁이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오사카 시ㆍ부 통합은 국회가 법률을 고치지 않으면 실현이 불가능하고, 제3 세력의 지지기반이 얼마나 지속될지도 불투명하다.
하지만 이번 ‘오사카 쇼크’로 일본 정계는 벌써부터 요동치고 있다. 중앙정치의 상징인 민주당과 자민당 등 기존 전국 정당의 정계 개편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일본 정계에 제3 세력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준 하시모토. 그의 개혁이 낡은 일본 정치에 새로운 피를 수혈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