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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신용불량시대’..신평사 칼날 마침내 금융기관 겨누다
뉴스종합| 2011-11-30 11:31
전세계가 ‘신용 불량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국가를 겨냥하던 국제신용평가사들의 ‘칼날’이 금융기관으로도 겨눠지기 시작했다. 다음 차례는 기업쪽이 될게 분명해보인다. ‘국가→금융기관→기업’으로 이어지는 신평사들의 신용등급 강등 도미노가 마침내 현실화되는 양상이다.

세계 3대 신평사인 스탠더드앤푸어스(S&P)가 29일(현지시간) 미국 주요 금융기관 37곳의 신용등급을 무더기로 내린 것은 정부에서 민간 부문으로 위기가 급속히 번지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특히 글로벌 자금흐름을 쥐락펴락하는 월가의 간판 은행들이 조정 대상에 줄줄이 포함됐다는 점은 우려를 더한다. 불황으로 가뜩이나 경영난에 시달려온 은행들은 자금 조달 비용 증가까지 감수해야 해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됐다.

위기 타개를 위해 은행들이 대출 회수에 나설 경우 가계, 기업에 추가 충격은 불가피하고, 이는 실물 경기 침체의 골을 더욱 깊게 할 수 있다.

S&P는 이날 뱅크오브 아메리카(BOA)와 골드만삭스, 씨티그룹, 웰스파고, JP모건체이스, 모건스탠리 등 무려 37개 금융기관의 신용등급을 내렸다. 이에 따라 BOA와 골드만삭스, 씨티그룹, 모건스탠리의 신용등급은 기존 ‘A’에서 ‘A-’로 낮아졌다. HSBC와 뉴욕 멜론은행은 ‘AA-’에서 ‘A+’로, UBS와 JP모건은 ‘A+’에서 ‘A’로 각각 강등됐다.

이번 조정에는 스미모토 미쓰이, 미즈호등 일본 금융회사들도 포함됐다.

아직 해당 은행들의 신용등급은 투자적격 수준 이상이어서 당장 자금 조달에 차질을 빚을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은행들로선 이번 등급 하락으로 조달 금리 상승에 따른 비용 증가가 우려된다. 더구나 신용 등급 강등 도미노가 국가에서 은행으로 옮겨붙기 시작했다는 점이 불안심리를 부추기고 있다.

염려되는 것은 미 금융권 뿐만이 아니다. 무디스는 이미 유럽연합(EU) 15개국의 총 87개 은행의 후순위채 신용등급에 대한 전면 재검토에 착수한 상태다. 검토 대상에는 최근 심각한 재정위기에 처한 이탈리아와 스페인을 비롯해 오스트리아와 프랑스의 은행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무디스는 “은행들의 후순위채에 대한 유럽 각국 정부의 지원 여부가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국가신용등급 강등은 이미 절정에 달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최근 석달새 S&P, 무디스, 피치 등 3대 국제 신용평가사의 국가 신용등급 강등은 14개국을 대상으로 총 19건으로 집계됐다. 올해 전체 신용등급 하향조정 건수(61건)의 31%가 석달새 몰려 2008년 미 금융위기 이후 단기간에 가장 높은 집중도를 보이고 있다.

특히 최근 신용등급 강등은 선진국 위주로 이뤄지고 있어 3년 전 보다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 8월 S&P가 미 신용등급을 강등한 후 9월에는 뉴질랜드 슬로베니아 몰타 이스라엘 이탈리아가 줄줄이 수모를 당했다. 10월에는 슬로베니아, 이탈리아의 추가 강등에 이어 스페인 벨기에 캄보디아 이집트가 조정 대상에 포함됐다. 이달 들어선 벨기에, 포르투갈과 동유럽 국가인 헝가리까지 여파가 미쳤다.

김영화 기자/betty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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