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지
한 장 남은 달력…추억엔 마지막이 없다
라이프| 2011-12-01 10:47
##“엄마, 왜 음표가 여기 있어요?” 엄마를 따라 시장에 간 꼬마가 콩나물을 보더니 던진 질문. “얼룩말의 얼룩무늬는 흰 바탕에 검은 무늬라고 해야 해요? 검은 바탕에 흰 무늬라고 해야 해요?” 얼룩말 사진을 한참 쳐다보던 아이가 손을 들고 선생님께 질문한 내용. 누구에게나 똘망똘망한 눈빛을 반사시키며 “왜?”라는 물음을 자유롭게 던지던 시절이 있었다.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다는 것은 고정관념의 테두리가 느슨한 아이들의 특권이다. 그리고 그 특권을 발휘할 수 있도록 ‘상상의 시간’을 선물하는 것은 어른들의 몫이다. 한 장 남은 달력. 크리스마스를 손꼽아 기다릴 아이들에게 ‘신나는 상상의 시간’을 선물하면 어떨까? 그 시간은 아이들의 마음에 ‘씨앗’으로 뿌려져 ‘꿈’으로 싹을 틔울 것이다.

▶ 가족 뮤지컬 ‘애니(Annie)’

메인 테마송 ‘Tomorrow’로 유명한 뮤지컬 애니. ‘Tomorrow, tomorrow 내일을 기다려 내 꿈을 이룰 거야…’ 가사처럼 연말연시 ‘희망’을 선물하는 공연이다.

주인공 애니는 고아지만 주눅 든 기색 없이 언제나 당당하다. 대통령 앞에서도 먼저 인사를 건넬 만큼 당차다. ‘애니’가 부모를 찾는 과정에서 ‘희망을 잃지 않으면 소망이 이루어진다’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한다. ‘애니’의 천연덕스러운 연기에 때론 마음이 짠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순박함에 폭소를 터트리게 된다. ‘가족의 소중함’을 새삼 느낄 수 있는 대목이 많아 가족 단위로 공연을 관람하기에도 손색이 없다. 공개모집을 통해 선발된 아역배우들의 깜찍하고 재기발랄한 모습을 통해 부모들은 ‘순수하고 순진했던 그 시절’을 추억하고, 아이들은 또래 친구들의 연기에 빠져들 수 있다. 특히 애니 옆을 묵묵히 지키는 견공 ‘샌디’도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할 예정이다. 12월 15일부터 19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1544-1555)

▶ 어린이 뮤지컬 ‘호두까기 인형’

연말 발레 공연으로 더 유명한 ‘호두까기 인형’이 어린이 뮤지컬로 무대에 올려진다.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클라라’라는 소녀와 ‘호두까기 인형’ 사이에 펼쳐지는 에피소드를 내용으로 한다. 특히 ‘어린이 뮤지컬’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상상력을 동원해 원작의 내용을 각색했다. 원작에는 없는 ‘마음 요정’이 등장하는 것. ‘마음 요정’은 착한 아이들의 눈에만 보인다는 설정을 통해 이를 지켜보는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또 힘을 합쳐 생쥐대왕을 물리친다는 스토리를 바탕으로 아이들에게 ‘정의’와 ‘용기’를 선물하는 무대를 꾸민다. 한편 어린이 뮤지컬 ‘호두까기 인형’은 뮤지컬 ‘웨스트사이드 스토리’로 사랑받은 차태호가 연출을 담당해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관람하기에 좋은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작품에 삽입되는 노래는 뮤지컬 ‘벽 속의 요정’과 연극 ‘거트루트’의 작곡을 책임졌던 김철환이, 안무는 뮤지컬 ‘폴링포이브’ ‘렌트’의 최인숙이 맡아 기대를 모으고 있다. 12월 24일부터 25일까지. 하남문화예술회관 대극장. (031)790-7979

어린이 뮤지컬 ‘호두까기 인형’, 연극 ‘소년이 그랬다’
연극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가족 뮤지컬 ‘애니’

##아이는 자란다. 소녀가 되고 소년이 된다. 어릴 적의 ‘엉뚱한 물음’은 진지한 ‘고민’으로 탈바꿈한다. 어른이 되어가고 있는 아이는 ‘왜’라는 물음을 여전히 품고 있지만 더 이상 함부로 질문으로 내뱉지 않는다. 자신과 세상에 대한 물음표를 간직한 채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낸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 초코파이 정신은 대화가 부족한 가족간에는 무용지물이다. ‘부모와 자식’ ‘어른과 청소년’ 사이에는 함께 만드는 추억과 서로의 마음을 보듬어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 정도면 ‘연말이라 바빠서…’라는 핑계를 뒤로 하고 바쁜 시간 쪼개 공연장 나들이를 할 이유는 충분치 않을까.

▶ 연극 ‘소년이 그랬다’

청소년 시절의 물음표를 무대 위에 풀어놓은 작품이 있다. ‘소년이 그랬다’. 세계적으로 청소년극에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연극 ‘더 스톤즈(The Stones)’를 한국 현실에 맞게 재창작한 작품이다. 연극은 두 소년의 우발적인 장난, 그것이 가져온 엄청난 파장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또 소년과 어른이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통찰하고, 나아가 상대방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깊이 있는 내용이지만 연극적 재미에 충실하다는 점 때문에 흥미롭다. 소년이 형사가 되고, 형사가 소년이 된다. 1인 2역을 통한 무대 위 역할 변신이 눈길을 끈다. 또 소년과 형사가 만들어가는 이야기가 속도감 있게 전개돼 에너지 넘치는 무대를 즐길 수 있다. 소년의 심리를 디테일하게 따라가며 예민한 감수성을 담아낸 이 작품은 내년부터 전국의 학교 현장을 찾아가 청소년들을 위한 무대도 마련할 예정이다. 12월 4일까지. 국립극단 백장극장. (02)3279-2226

▶ 청소년을 위한 연극시리즈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쥐덫’

아이의 ‘엉뚱한 상상’은 청소년이 되면서 ‘말이 되는’ 논리를 덧입고 ‘추리’의 세계로 뻗어나간다. 누구나 청소년기에 침대맡에 두고 한 번쯤 읽어봤을 법한 ‘애거사 크리스티’의 대표작 2편이 연극 무대에 올려진다. 특히 애거사 크리스티의 유작이자 세계 3대 추리소설 중 하나로 손꼽히는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는 다른 추리극과는 차별화된 탄탄한 구성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또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원초적 질문을 던져 ‘자아 찾기’에 골몰할 청소년들은 물론, 성인들도 어린 시절의 성장통을 떠올리며 몰입할 수 있는 연극이다. 한편, 애거사 크리스티의 ‘쥐덫’은 배우들과 관객들이 스릴 넘치는 추리게임을 벌이듯 전개된다. 청소년을 위한 연극 시리즈로 기획된 두 작품은 다양한 관객과 만나기 위해 대학로 극장에서 공연된다. ‘쥐덫’은 12월 2일부터 18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3관.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는 12월 22일부터 31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02)399-1135)

<황유진 기자@hyjsound
/hyjgo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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