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패션
1%의 상징(?) ‘샤넬 백’
라이프| 2011-12-02 11:33
25.5㎝·600g가방 600만원

여성·부유층의 로망

혼수예물 필수품으로


고가에 크기작아 뇌물로 인기

전당포에서도 최고 아이템


자뻑…자아성취…

본인 생일날 본인에 선물도





“가로 한 뼘 반(25.5cm)에 무게 600g, 그저 작은 검정백일 뿐인데 여검사까지 목을 매고, 대체 왜 그래?”

‘벤츠 여검사’가 청탁 대가로 540만원짜리 샤넬 백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가방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도대체 어떤 백이기에 모두들 그렇게 열망하고, ‘뇌물성 명품(名品)’으로까지 등극했냐는 것이다.

남성들이 이 같은 의문을 품는 사이에, 샤넬 백은 한국 여성들에게 ‘로망’이 됐다. ‘죽기 전에 하나쯤 꼭 갖고 싶은 아이템’이 된 것. 그뿐인가. 요즘 세간에선 “샤넬 백을 갖고 있느냐, 아니냐”에 따라 상위 1%이냐, 아니냐로 구분된다. 특히 ‘방귀깨나 뀌는’ 상위 0.1%의 극상류층에선 "샤넬 백을 디자인별로 몇 개나 보유하고 있는가”가 진정한 상류층을 가르는 잣대다. 부유층에선 결혼예물에 샤넬 백이 들어간 지 오래고, 며느리가 손주를 낳으면 시부모가 하사(?)하는 아이템도 샤넬 백이다. 요즘은 명문 SKY대학 합격선물로도 샤넬 백이 대세다.

검은 가죽을 마름모꼴로 누빈 샤넬 클래식백은 올 들어 값이 올라 사이즈별로 550만, 607만, 663만원이다. 1000만원을 넘는 것도 수두룩하다.

‘여성들의 로망’인 샤넬 백을 전시한 샤넬 매장. 크기가 작고 누구나 좋아하는 디자인이라 선심성 아이템으로도 인기다.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최근 들어 샤넬 백에 대한 쏠림현상은 10대와 20대까지로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30~40대 골드미스들은 샤넬 백을 사러 유럽으로 ‘샤테크’를 떠나고 있고, "남자친구가 샤넬 백을 사준다면 지구 끝이라도 따라가겠다"는 여성들도 부지기수다. 샤넬 백은 전당포에서도 최고 인기 아이템이다. 게다가 ‘자뻑’, 즉 ‘자아성취’ 아이템으로도 인기다. 돈 잘 버는 독신녀 중 서른, 마흔같은 자기 생일에 "그동안 너 수고했어!"라며 샤넬 백을 스스로에게 안기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 같은 샤넬 열풍에 대해 소비심리학자들은 "남성들 입장에선 ‘왜 비싼 돈 내고 굳이 남들과 똑같아지려는지 모르겠다’고 힐난하지만 압축성장을 해온 한국 사회에선 ‘상위 1%에 진입하지 못하면 낙오하는 것’이란 ‘계급적 강박’이 심해 지극히 당연한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파리를 무대로 활동하며 ‘프랑스 여자처럼’이란 책을 쓴 패션 칼럼니스트 심우찬 씨는 "일본에서 1990년대 샤넬에 빠진 여성들을 가리켜 ‘샤네라’라는 용어까지 생겼던 ‘샤넬 열풍’이 한국에 불어닥쳤다"며 "남과 다르게 보이기 위해 일평생 혁신을 추구했던 가브리엘 샤넬이 ‘상류층 대열에 끼기 위해 샤넬에 목을 매는’ 이 땅의 여성들을 보았다면 아마 기함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어쨌거나 여자친구에게 샤넬 백 하나 사주지 못하면 찌질한 무능력남으로 찍히고, 시누이에게 샤넬 백 하나 못 가져가면 눈총받는 시대가 됐다. “샤넬 백이 만약 50만원, 60만원이라도 그렇게까지 열광할까?”라하는 의문을 가지면서도 너나없이 고가의 명품백을 매고 ‘나도 번듯한 상류층’임을 과시하는 계급적 물신주의의 그늘이 오늘 우리를 짓누르고 있다.

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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